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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임박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을 놓고 정치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김 전 회장의 귀국이 임박했다는 확인되지 않는 보도가 잇따르고, 재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따른 여론조성용 발언이 나오면서, 이같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 김 전 회장과 관련된 인사들이 귀국에 앞서 무분별한 동정론이나 사면설 등을 흘리면서, 사전 여론을 떠보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여전하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와 외화도피 혐의 등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난 상황에, 마치 모든 것을 '정권의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김 전회장의 귀국을 놓고 일부에서 여론 떠보기용 발언들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면서 "이미 대법원이 그의 경영에 대해 단죄한 만큼 떳떳하게 국민앞에 사죄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국시기 놓고 온갖 설 난무... "내주초에 귀국일 확정"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은 언제 귀국할까. 그의 귀국설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나왔다. 이른바 6월 귀국설이다. 최근에는 귀국날짜가 좀 더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귀국에 앞서 김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현재까지 나온 김 전 회장의 귀국일은 크게 세가지. 오는 8일과 10일, 그리고 13일이다. 검찰쪽과 대우그룹 관계자의 말을 빌어 나온 날짜들이지만, 실제로 이 날짜에 김 전 회장이 귀국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대해 과거 대우그룹 홍보를 총괄한 백기승 전 유진그룹 전무는 6일 "김 전 회장의 귀국일에 대해 적어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여러차례 이야기했지만, (김 전회장이 들어오게 되면) 떳떳하게 일정을 밝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회장의 귀국 여부에 대해서도 "최근 (대법원) 판결도 있고, 이제는 들어와서 대우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정리할 때가 된 것으로 생각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다음주 초에 구체적인 (귀국) 날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귀국에 앞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다"면서 "(귀국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을 감안해 판단하게 될 것이며, 사과문도 그런 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전 대우 임원은 "현재 김 전회장의 귀국과 관련해 변호인단과 검찰사이에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에 따라 (김 전회장의 귀국) 날짜도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그는 이어 "처벌도 처벌이지만, 중요한 것은 여론"이라며 "대우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이 (귀국 여부의)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김우중 우호세력의 결집중?... "대우사태, 억울한 측면이 있다"

▲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 공동투쟁본부 소속 노동자와 청년진보당원 및 학생 50여명이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자택을 점거 `도피재산 환수하라`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종호
김 전 회장에 대한 국내 여론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우선 전직 대우그룹 임원과 김 전회장의 가신그룹 등이 중심이 돼 김 전 회장에 대한 동정론과 재조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이 주축이 된 대우인회 정주호(전 대우차사장) 회장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김우중 회장 귀국소식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공지글에서 "(대우사태의) 혐의 내용 전부를 수용하기엔 부당하고 사실과 다른 측면이 상당히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주위에 적극적으로 대우인들의 생각을 알리고 대우에 대한 공과 과가 바르게 평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면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본인(김 전 회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야겠다는 판단으로 귀국 결심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대우그룹내 386운동권 출신 그룹인 세계경영포럼(대표 김윤)쪽도 오는 24일께 서울에서 '김우중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유기범 전 (주)대우 사장 등 전직 대우임원 16명도 지난 4일 단체 산행을 다녀왔다. 산악회 한 관계자는 "정기적인 산행일 뿐"이라며 김 전회장 귀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대우피해자대책위와 노동계 "쓰러져가는 회사 버리고 도피한 경영자일뿐"

김 전 회장의 우호세력과 달리 반대세력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대우계열사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대우피해자대책위원회는 김 전 회장의 처벌과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프랑스 등 유럽으로 '김우중 체포조'를 보냈던 노동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구성된 '대우피해자대책위원회'(임시의장 박창근)는 지난 99년 대우사태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소액주주인 이들은 오는 10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대책위는 인터넷사이트 다음 카페(cafe.daum.net/daewoojuju)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와 사연을 모으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귀국이 임박해 왔기 때문에 대우사태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할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옛 대우전자와 대우중공업, (주)대우 등 대우관련 모든 소송 참여자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유럽일대에 '김우중 체포조'를 파견했던 노동계도 김 전 회장의 귀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금속연맹 관계자는 "김 전회장은 천문학적인 부실경영으로 국민 세금과 수많은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몬 장본인"이라며 "쓰러져 가는 기업을 팽개치고 해외로 도피한 도망자에 대한 대우맨과 일부 정치권의 김 전 회장 구명 운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우맨과 소액주주, 노동자로 구분된 양쪽은 향후 김 전회장의 귀국에 앞서 국민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우중 폭풍에 휘말리고 있는 정치권

▲ 지난 2001년 2월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우중 체포결사대.
ⓒ 민주노총
정치권에서는 과거 대우맨을 중심으로 논란의 불씨를 지피우고 있다. 먼저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으로 김 전 회장을 신임을 받았던 이한구(한나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4일 모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 "김 전 회장이 빨리 들어와 스스로 재평가를 받고 대우그룹도 재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귀국을 통해 김 전 회장과 대우에 대한 공과를 제대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과' 보다는 '공'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사면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사면은 국민 판단의 문제이며 (재평가가 이뤄지면) 아마 국민이 충분히 사면에 동의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사면에 바탕을 둔 재평가 작업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트남에서 김 전 회장과 만난 김종률(열린우리당) 의원도 이 의원과의 전체적인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같은 당의 최재성, 장영달 의원 등은 일부 정치권의 김우중 옹호론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 의원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규모가 42조원이고, 불법 대출이 10조원에 가깝고 해외로 빼돌린 돈이 24조원에 달한다"면서 "경영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정도의 경영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영인 김우중'에 대한 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국민에게 견디기 어려운 수십조가 넘는 빚을 뒤집어 씌워놓고 외국으로 장기간 무책임한 도피생활을 하다 슬그머니 분위기를 타고 적당히 귀국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5일 논평을 통해 "김우중 변호는 국민에 대한 독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과거 김우중 왕국의 녹봉을 받은 자들이 공과를 따지자며 사면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김 전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국내 외환보유고의 3배에 달하는 돈을 해외로 빼돌렸고,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허비하게 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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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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