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러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한 여자핸드볼의 선전에 이어 여자농구 역시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 여자농구는 9일 베이징 올림픽 농구 체육관에서 벌어진 A조 예선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세계 4위 브라질을 68-62로 꺾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첫 경기를 잡아낸 한국은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 들었다.

한국은 '바스켓퀸' 정선민이 10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했고, '해결사' 변연하도 3점슛 3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리며 한국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브라질에게 끌려 다니던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킨 선수는 정선민도 변연하도 아닌 '꼬맹이' 최윤아였다.

부족한 노련미는 '패기'로 극복한다

 최윤아의 맹활약 덕분에 한국 여자농구는 기분좋은 첫 승을 따냈다.

최윤아의 맹활약 덕분에 한국 여자농구는 기분좋은 첫 승을 따냈다. ⓒ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170㎝의 단신 포인트가드 최윤아는 올림픽 출전을 고사한 '천재 가드' 전주원 대신 팀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았다.

최윤아는 여자프로농구(WKBL)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로 성장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만 22세의 어린 선수에게 전주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였다.

실제로 최윤아의 경기 운영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고 또 한 명의 포인트가드 이미선 역시 양쪽 무릎 부상으로 2년 이상의 공백이 있어 전성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의 강약을 조절하고, 주 득점원에게 손쉬운 찬스를 만들어줘야 할 가드진이 매끄럽게 경기를 조율하지 못한 한국은 정선민과 변연하의 개인기에 의존해 근근이 경기를 꾸려 나갔다. 

그러나 최윤아에게는 부족한 노련미 대신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패기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성이 있었다. 연장전까지 총 26분 21초를 소화한 최윤아는 자신의 포지션을 잊은 듯 코트 전체를 누비며 브라질 선수들을 농락했다.

최윤아는 자신보다 훨씬 큰 수비 앞에서도 과감한 3점슛을 던졌고, 자유투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침착했다. 특히 최윤아는 이날 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는데, 이는 놀랍게도 주전 센터 김계령이 30분 49초 동안 잡아 낸 리바운드(6개)보다 많은 숫자다.

포인트가드의 본분이라 할 수 있는 어시스트는 2개에 불과했지만, 19득점 7리바운드 2스틸의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의 첫 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은주의 공백을 극복하라

 정덕화 감독(왼쪽)보다 한 뼘은 더 큰 하은주(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대표팀에겐 뼈아픈 전력 손실이다.

정덕화 감독(왼쪽)보다 한 뼘은 더 큰 하은주(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대표팀에겐 뼈아픈 전력 손실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최윤아와 정선민·변연하 등의 활약과 뛰어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어렵게 첫 승을 따내긴 했지만, 한국 여자농구는 이날 '거탑' 하은주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대표팀 명단에 포함돼 베이징으로 향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연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하은주는 결국 브라질전에서 코트에 서지 못했다.

하은주가 없는 한국의 골밑은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 한국은 리바운드 숫자에서 31-53으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골밑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고도 승리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하은주 대신 골밑을 지킨 김계령·이종애·신정자는 고작 4득점 7리바운드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한국과 함께 A조에 속한 호주와 러시아에는 로렌 잭슨과 마리아 스테파노바라는 세계적인 센터가 버티고 있다. 이들은 이미 WKBL 무대에서 활약하며 골밑을 지배한 바 있다. 

하은주는 앞으로도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한국 여자농구가 브라질전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LA 올림픽 은메달과 시드니 올림픽 4강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하은주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하다.

한편 앞서 열린 A조 벨라루스와 호주의 경기에서는 18점을 넣은 로렌 잭슨의 활약에 힘입어 호주가 83-64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농구 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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