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회원들이 10월 31일 오전 경기도 임진각 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을 공개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맞서 '오지마, 날리지마! 대북전단 살포 저지 평화행동'을 하고 있다.
이정민
이게 불가피한 일인가? 애초부터 대북 전단을 살포하지 않았거나 정부가 제지했다면. 조선이 대남 오물 풍선으로 유치하고 비열한 보복에 나섰을 때, 윤 정부가 대북 확성기를 틀지 말고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했다면. 조선이 괴음 방송을 틀었을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
다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안 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울분이 더 커지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부·여당이 대북 전단과 방송이 조선의 내부 불안을 유도하고 있다는 식의 '정신 승리'를 강변해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반감되지 않는다. 왜? 정부가 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참으라고 하면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주민과 병사를 '소모품' 취급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러한 비난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채 상병 사건의 원인과 처리 과정에서 과연 정부와 군 수뇌부가 이런 태도를 보여왔는지는 의문이다. 접경 지역의 주민의 울분과 군인의 말 못 할 고충을 대북 심리전의 '부수적 피해'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냉정하게 보면 풍선 살포도, 확성기 방송도 한국이 먼저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정전협정과 유엔사령부의 규정뿐만 아니라 국제 규범도 위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강력히 규제하고 확성기 방송도 중단하면서 조선에도 상응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물론 조선이 이에 호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조선이 한국의 대북 심리전에 대한 대응 조치로 쓰레기를 날리고 괴음을 틀어댄다고 했으니, 조선도 호응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가 그토록 걱정하는 남남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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