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 내 북한 선수단 숙소 외부에 인공기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개인적으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기로 한 지 4개월 정도 지났다. '제 이름 부르기'가 갈수록 꼬이고 있는 남북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데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 연재를 통해서도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 바 있다.
호칭을 둘러싼 혼란과 어색함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황당한 실수는 개막식부터 나왔다.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장내 아나운서가 프랑스어로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라고 말했고, 이어 영어로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표현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은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잘못 불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러한 보도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주최 측이 큰 실수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잘못 호명된 국호는 '북한'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일이 떠올랐다. 한국이 쿠바와 수교하면서 대다수 언론은 '유엔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이게 맞는 것일까?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지피티'에 물어봤다. 시리아와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대한민국의 미수교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북한'과 답변 거부의 반복
현장에 있는 한국 언론인들은 잘 알겠지만, 한국 기자가 조선 선수단을 '북한'이나 '북측'으로 표현하면 조선 관계자들이 질문을 무시하거나 표현에 항의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었다. 비난 이번 뿐만이 아니다.
작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의 8강전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측'이라고 표현하자 리유일 감독은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시정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답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 감독은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아니다. 미안한데, 국호를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선의 태도는 작년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부를 때부터 분명해졌다. 대한민국이나 한국이라고 부를 테니 자신을 향해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라고 불러 달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우리 언론도 호칭 문제를 차분히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싫다는데 굳이 '북한'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북한'이라고 부르는 순간 의도와 내용을 떠나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상황이 무한 반복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1995년엔 제 이름을 부르기로 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