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다.
권우성
오늘날 한반도 주민의 가장 큰 불행은 남북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가장 적대적이라는 데에 있다. 남북의 지도자가 싸우면서 닮아가고 있고, 한반도 주민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그 권한을 너무 무책임하고 위험하게 행사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여 호소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에 나선 청년에게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군인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되새겨야 할 책무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적이 무력도발을 해오면 단호하게 응징하라'는 지시는 무력충돌을 최대한 방지해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적이 도발하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즉각, 강력히, 끝까지(즉·강·끝) 응징하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이러한 지시가 실행되면 우리 군인과 민간인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다 보면 위기 예방과 관리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윤 정부는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의 본격적인 재개를 공언한다.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거기서 그럴 때가 아니다. 최소한 조선이 먼저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 한, 사격 훈련을 자제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다.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을 김정은 정권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방적인 해상 국경선 선포는 '주권의 수호'가 아니라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에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한 얘기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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