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와도 될까? 민주신당 후보들의 '문국현 계산법'

'문국현 카드' 보는 세가지 시각... 오충일 "정책·이미지만으로는 한계"

등록 2007.09.03 16:55수정 2007.09.0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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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일 "문국현 오는 좋은날 올까?" ⓒ 최경준

▲ 오충일 "문국현 오는 좋은날 올까?" ⓒ 최경준
 문국현 대선예비후보.

문국현 대선예비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문국현 대선예비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 당 소속 후보들이 (문국현 전 사장에게) '당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같이 와서 경쟁하자'는 것은 두 가지다. 그런 분과 같이 국민의 희망을 만들자는 것도 있고, 또 후보들이 자신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3일 오충일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 대표가 취임 한달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특히 오충일 대표는 "문 전 사장이 당에 들어와서 함께 해도 넉넉히 (승리)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좋은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오충일 대표의 말대로라면 민주신당 내에서는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전 사장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함께 희망을 만들자'는 쪽은 문 전 사장의 개혁성을 주목하고 있는 천정배·신기남·김두관 후보의 '개혁연대 구축'이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쪽은 문 전 사장의 참신성을 높이 사고 있는 정동영 후보 정도다.

 

하나 더 있다. 이해찬·유시민·한명숙 등 친노 그룹과 손학규 후보는 문 전 사장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선 중간에 끼어드는 것은 반칙'이라며 원칙론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신당에는 문국현 전 사장을 보는 세 가지 시각이 존재하는 셈이다.

 

문국현이 친근한 오충일 "이미지·정책만으로 한계"

 

문국현 전 사장에 대한 오충일 대표의 호감은 대단하다. '소 닭 보듯' 해왔을 정치권 인사보다도 시민운동 판에서 몸을 부대꼈을 문 전 사장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는 범여권과 통합 논의 이전부터 유일 대안으로 '문국현'을 밀었던 단체의 수장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오 대표는 문 전 사장에 대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오 대표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졌고, 사람 중심의 경제시스템 운영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런 분이 이명박 같은 선수가 나와서 70년대 개발경제로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것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전 사장은 100억원의 스톡옵션(유한킴벌리)을 버리고 나올 정도의 용단을 내고 민주개혁평화세력과 함께 동참한 것"이라며 "시민사회와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분이 모든 것을 버리고 출사표를 던지고 온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문 전 사장의 출현 자체가 우리 사회, 국민에게 좋은 메시지와 희망을 준 것"이라며 "독자적으로 자기 지지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이 분의 생각이나 뜻이 저희와 같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사장의 영입이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서 공식 토론해 본 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정치는 사람들끼리 차원 높은 데서 합의하는 것"이라며 "좋은 날이 있을 지 모르겠다"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또한  "문국현 전 사장이 언론의 초점이 되어서 이명박 경제 공약이 허구라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다는 것은 당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제대로 알린다는 점에서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문 전 사장이 독자적으로 자기 지지 세력을 얻으려는 것은 민주개혁평화 세력이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문국현을 지지했던 세력은 나중에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전 사장의 한계도 명확히 했다. 유 대표는 "문 전 사장은 이명박 후보의 개발경제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제일 적합한 스피커"라면서도 "그런 좋은 이미지, 정책만을 가지고는 어느 단계에서 한계가 있다. 정치는 조직 구도가 아주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강조했다.

 

"문국현 전 사장이 가진 '내용'과 민주신당의 '조직'이 결합해야 한다"(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문국현 역할론'이다.

 

[문국현 찬성] 같은 환영, 그러나 다른 배경

 

 예비경선에 참여한 민주신당 9명의 후보들.

예비경선에 참여한 민주신당 9명의 후보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예비경선에 참여한 민주신당 9명의 후보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충일 대표 식의 '문국현 역할론'에 함께 하고 있는 세력이 천정배·신기남·김두관 후보 등이다.

 

가장 먼저 '문국현 영입론'을 꺼내든 천정배 후보는 지난달 29일 YTN 대담에서 "문국현 후보와 같은 개혁세력과 연대하는 것이 유일한 대선승리의 길"이라고 말했고, 다음날 신기남 후보는 "문풍(文風)과 신풍(辛風)이 함께 통풍(統風, 대통령 바람)을 만들어 꼭 승리하겠다"고 호언했다.

 

민주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니, '도로 민주당'이니 하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당 지지율 마저 지지부진한 가운데, '문국현 카드'는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다. 만일 본 경선마저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문국현 카드'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국현 영입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배경이 다른 경우도 있다. 정동영 후보는 2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문국현 전 사장과 (본 경선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문 전 사장의 영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 후보는 "지난 4·5·6월 세 번 문 전 사장을 만났는데, 소위 평생학습과 사람중심 경제를 통해 유한킴벌리를 확장, 발전시켰다"면서 "평화경제 문제나 대북 문제에 대한 진보적 시각에 있어서도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문 전 사장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후보는 문 전 사장의 영입과 관련 구체적인 방식까지 언급했다. 그는 "문 전 사장에게 '시드'를 배정해서 (경선을) 해도 괜찮다"며 "목표는 결국 경선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는 스포츠 용어다. 예를 들어 월드컵의 경우 강팀이 한조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4개의 시드로 나눠서 조 추첨을 한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문 전 사장은 개인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늦게 출마를 선언했다"며 "중견기업인 유한킴벌리를 글로벌기업으로 만든 모범사례가 있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토건국가론과 대비되는 만큼 민주개혁진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얘기하는 '문국현의 매력'은 경쟁력이다. '경선의 흥행'이라는 목표는 천정배·신기남 후보 등과 같지만, 문국현 전 사장과의 경쟁을 통한 경선 흥행이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오충일 대표가 말한 "당에 들어와서 함께해도 넉넉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문국현 반대] "중간 합류? 먼저 하는 사람은 뭐가 되나"

 

a  오충일 통합민주신당 공동대표.

오충일 통합민주신당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충일 통합민주신당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문 전 사장의 합류를 모든 후보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손학규·추미애 후보와 친노후보 그룹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했다.

 

우선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는 손학규 후보로서는 '가짜 경제, 진짜 경제'를 내세우고 있는 문 전 사장이 결코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손 후보측 전병헌 의원은 "(문 전 사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문 전 사장이) 당 경선에 합류하려면 정정당당한 절차와 방식을 따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도 "경선을 하고 있는 중간에 합류하는 것은 안 된다"며 "그러면 먼저 하고 있는 사람은 뭐가 되느냐? 제도는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명숙 후보나 추미애 후보 역시 문 전 사장의 합류에 원칙론을 들어 부정적이다.

 

한명숙 후보는 문 전 사장의 영입보다 '이해찬-한명숙-유시민'의 후보단일화에 힘을 싣고 있다. 추미애 후보는 본 경선이 '비노-반노-친노-민주당 출신'으로 이뤄지는 '4자 구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2007.09.03 16:55ⓒ 2007 OhmyNews
#문국현 #민주신당 #오충일 #정동영 #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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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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