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초가을은 애달프다

선홍빛 꽃무릇 피어나... 이달 하순 만개할 듯

등록 2007.09.13 18:11수정 2007.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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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는 꽃무릇. 남도의 초가을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꽃이다.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는 꽃무릇. 남도의 초가을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꽃이다. ⓒ 이돈삼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는 꽃무릇. 남도의 초가을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꽃이다. ⓒ 이돈삼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다. 계절의 변화를 아는지 들판의 벼도 금세 가을 색으로 갈아입고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참새들은 허수아비를 희롱하면서 벼이삭을 쪼아댄다. 고추잠자리의 날갯짓도 부산해졌다.


남도의 초가을은 이 같은 풍경에 선홍빛 하나가 더해진다. 껑충한 연초록 꽃대 끝에 왕관처럼 얹혀진 붉은 꽃술의 꽃무릇이 가을을 마중하기 때문이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 꽃이 먼저 피고 떨어진 다음에야 잎이 나오기에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부른다. 상사화는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꽃. 하여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이 꽃은 종류가 여러 가지다. 상사화 본래의 원종이 있고 방계로서 꽃무릇, 석산화, 개상사화 등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소재이다.

 

a  하나 둘씩 꽃을 피우고 있는 꽃무릇은 이달 중순께 함평과 영광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나 둘씩 꽃을 피우고 있는 꽃무릇은 이달 중순께 함평과 영광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이돈삼

하나 둘씩 꽃을 피우고 있는 꽃무릇은 이달 중순께 함평과 영광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이돈삼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는 '꽃무릇 1번지'로 알려져 있다.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때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법성포로 들어와 처음 세운 사찰로 유명하다. 꽃무릇 감상 포인트는 대웅전 뒤편 저수지 주변. 저수지에 접한 산비탈에 가득한 꽃무릇이 장관을 이룬다.


꽃 색깔이 짙으면서도 청초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얕은 계곡물에 반영된 나무와 꽃무릇의 붉은 색감이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사진작가들은 사찰의 흙담이나 저수지의 잔잔한 물을 흐릿한 배경으로 처리해서 멋진 사진을 얻는다. 저수지 주변의 호젓한 오솔길은 가벼운 산책이나 초가을 산행을 하기에 그만이다.
 

a  불갑사 부근 저수지를 배경으로 핀 꽃무릇. 의자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불갑사 부근 저수지를 배경으로 핀 꽃무릇. 의자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영광군

불갑사 부근 저수지를 배경으로 핀 꽃무릇. 의자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영광군

불갑사에서 가까운 함평 용천사 부근에도 꽃무릇이 아주 넓게 펼쳐진다. 군데군데 꽃을 피우고 있는 꽃무릇이 만개하는 이달 하순께는 그야말로 별천지를 이룬다. 사찰 위 산책로 주변의 꽃무릇 군락이 좋다. 특히 푸른 왕대 밭 아래에 융단처럼 깔린 꽃무릇 풍경이 압권이다.


용천사 주변도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군락지다. 용천사를 중심으로 야트막한 산책로가 있는데, 쉬엄쉬엄 산책로를 따라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 진입로와 산책로 주변에 설치된 크고 작은 돌탑과 장독대, 구름다리 등도 볼거리다.
 

a  함평 용천사 부근을 붉게 물들인 꽃무릇. 꽃무릇이 핀 풍경은 사진작가들을 불러들인다.(지난해 사진)

함평 용천사 부근을 붉게 물들인 꽃무릇. 꽃무릇이 핀 풍경은 사진작가들을 불러들인다.(지난해 사진) ⓒ 이돈삼

함평 용천사 부근을 붉게 물들인 꽃무릇. 꽃무릇이 핀 풍경은 사진작가들을 불러들인다.(지난해 사진) ⓒ 이돈삼

이 꽃을 주제로 한 축제도 펼쳐진다. 불갑사 일원에서는 22일부터 사흘 동안 상사화축제를 연다. 농악, 윷놀이, 장기, 투호 등 전통 민속놀이로 시작해서 상사화꽃길 등산대회, 달집태우기, 그리고 산사음악회, 노래자랑 등이 마련된다. 상사화 사진과 분재 전시, 토피어리와 도자기, 짚공예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용천사 꽃무릇공원에서는 14일부터 사흘 동안 펼쳐진다. 금강산예술단과 각설이공연, 외국인 노래자랑 등이 마련된다. 봉숭아 물들이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새끼 꼬기 등 체험행사도 있다.

 

a  용천사 일대는 꽃무릇 외에도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어서 가족끼리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용천사 일대는 꽃무릇 외에도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어서 가족끼리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 이돈삼

용천사 일대는 꽃무릇 외에도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어서 가족끼리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불갑사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영광나들목-영광읍(23번국도)-불갑면소재지-불갑사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하남산단 9번도로-임곡-삼도(영광방면 22번국도)-불갑면소재지-불갑사

☞ 용천사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함평나들목-23번국도(영광방면)-신광면(838번지방도)-용천사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하남산단 9번도로-임곡-삼도(영광방면 22번국도)-국군함평병원(838번지방도)-용천사
#꽃무릇 #상사화 #영광 #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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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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