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6일 밤늦게 자정 지나서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산본행 열차를 타고 가던 중 일어난 일이다. 경마공원역을 막 출발하는 순간 의자에 앉아 있던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갑자기 통로바닥에 쓰러져 엎드려 있었다.
a
▲ 응급환자 지하철 열차내 통로의 바닥에 떨어져 엎드려 있는 모습 ⓒ 정정환
왜 그렇게 갑자기 열차 내에서 쓰러졌는지 함께 타고 간 일행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가던 사람도 이 순간 다른 자리로 옮겨 갔고 이 칸에 있던 승객들도 이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거나 다른 곳을 바라볼 뿐 무관심 상태에서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열차승무원에게 빨리 연락하여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차 내에 비상통화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평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승객용 비상호출기의 커버를 열고 승무원과 통화를 시도해 보았다.
승무원 비상 호출을 시도했으나 호출기 고장으로 통화가 불가능했다.
a
▲ 긴급호출 열차내의 긴급호출기로 승무원과 교신을 시도해도 작동이 안되고 있다. ⓒ 정정환
지하철 전동차 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시급한 상황인데 이게 웬일인가? 비상호출기의 마이크 스위치를 누른 후에 사용을 시도했지만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내가 혹시나 작동법을 잘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인가 하고 옆에 있던 중년신사를 불러 한번 더 통화를 시도해 보도록 하였지만 마찬가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a
▲ 긴급호출기 열차에 부착된 고장난 긴급호출기 ⓒ 정정환
비상호출기가 고장 났기 때문에 결국 승무원에게 바로 연락을 할 수 없어서 내 휴대폰을 가지고 대공원역 가까이 와서 119구조대로 긴급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연락을 한 후 과천역쯤 도착할 무렵이었다.
내 휴대폰으로 “긴급구난을 위해 고객님의 위치를 소방방제청에 전송했습니다. 119”라는 메시지가 도착하였으며 잠시 후 역무원이 열차 내에 들어와 이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지막 지하철 열차시간이라 더 도와주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야 했다.
자정이 훨씬 지났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없어 비록 중간에 내리기는 했지만 내린 후에도 그 청년 모습이 떠오르면서 무척 걱정이 되었다. 그가 무사하기를 빌면서 집에 도착했으나, ‘왜 요즘 사는 세상 사람들이 이토록 인정이 점점 메말라 가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 칸에 함께 탑승한 승객들도 입장을 바꾸어 자기 자식이나 형제자매들이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될 것을 염두에 둬서라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언론에서 특별기획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스컴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매우 크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