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휴지두루마리(?)들대체 무엇일까? 정답은 한달 쯤 후에 알게 되었다: )
JH
길을 걸으며 추수가 끝난 밀밭에 정체 모를 거대한 두루마리 휴지 같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어떻게 저런 걸 만들지? 왜 들판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있지? 궁금증들은 길을 걸으며 천천히 해결되었다. 그렇지만 이때엔 참 신기하고 이국적인 풍경이라 '우와~'하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거대한 배낭을 짊어진 S씨는 바람처럼 빠르게 걸었고, 되려 뒤처져가던 나는 숙소에서 만나겠거니 생각하며 그녀 뒤를 천천히 걸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나, '라라소냐(Larrasoaña)'의 숙소에 도착했다. 2층 침대 위 칸이 무서웠던 나는 'bottom one, bottom one!'을 외치며 아래를 몸으로 그렸다. 덕분에 본관이 아닌 별관 숙소에 짐을 풀게 되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박스에 만들어진 샤워실에서 아저씨 아줌마들과 함께 샤워했다. 이 날의 샤워실이 옷 갈아입기엔 가장 아슬아슬했다. 그렇지만 남자니 여자니 하는 것보단 함께 고생하는 순례자, 그런 느낌이었다.
본관에 짐 풀으셨겠거니 생각했던 S씨를 만난 것은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알고 보니 라라소냐의 진입로를 찾지 못하시고, 다음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한 시간을 넘게 걸으시다가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되어 그 길을 내리 돌아오셨단다. 눈에 띄게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리고 이 숙소에서, 전날 살짝 인사만 하고 헤어졌던 한국인 Y언니를 만나서 '우리 셋이서 식사하면 어떨까요?'하고 꼬셔(?) 동네의 유일한 bar에서 저녁메뉴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