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11.23 11:17수정 2007.11.23 11:27
중국의 발전과 맞물려 떠오르는 곳이 서해안이다. 그동안 숨어 있던 서해안의 여행지들도 근래 들어 각광받기 시작했다.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며 동해안이나 남해안보다 가까워진 게 큰 이유다.
서해안 여행의 중심이 되는 곳이 안면도다. 남쪽 끝 마을 영목에서 원산도를 거쳐 대천으로 연결되는 연륙교가 완공되면 볼거리가 많은 안면도와 서해 최대의 대천해수욕장이 같은 관광권으로 묶여 안면도는 그야말로 최고의 휴양지가 된다.
안면도는 태안반도 아래쪽에 있는 섬이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섬 중에서 크기가 여섯 번째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펜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몇 년 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섬이다.
안면도에서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섬 가운데에서 안면도를 대표하고 있는 소나무 숲이다. 안면도의 울창한 소나무들은 궁궐을 짓는 재목이나 배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었고 도남벌을 막기 위해 왕실에서 특별히 관리할 만큼 중요한 자원이었다. 안면도의 관문인 안면대교에 소나무의 반출을 막기 위한 입간판이 서 있는 것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안면읍 소재지 남쪽에 있는 방포 마을 넓은 벌판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송림은 안면도를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랫동안 기억할 만큼 멋스럽다. 송림 사이로 오른쪽은 수목원, 왼쪽은 자연휴양림이 위치한다. 엄격한 보호정책 덕분에 조선왕조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휴양림의 소나무들은 궁궐에서 사용하던 나무의 새까만 후손인데 수령이 100여 년이나 되었고 분포면적도 넓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향하고 있는 소나무들이 솔 향기를 내뿜으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좌우로 늘어선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다 보면 산림전시관이 나타난다. 산림전시관에는 목재의 생산 과정과 용도, 산림의 효용성과 가치 등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뒤편에 있는 작은 고개를 넘으면 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집들이 보인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묵고 싶어하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이다. 산자락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집들이 복잡한 세상사를 잊게 하는데 산책로를 겸한 등산로와 연결된다.
휴양림 앞에 있는 지하터널을 지나서 길 건너편으로 가면 2002년 국제꽃박람회 부전시장이었던 수목원의 표석이 맞이한다. 가까운 거리의 장승에 쓰여 있는 문구들이 재미있다. 나뭇가지마다 새들이 앉아 있는 솟대가 하늘의 구름과 어울리는 모습도 아름답다. 42ha의 넓은 면적에 조성된 수목원은 한국 전통정원을 비롯한 13개의 자생식물원이 규모에 맞춰 나름대로 멋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산책로 옆으로 꽃나무 등 각종 수목들이 심어져 있다. 가을철을 알리느라 나뭇잎들은 붉게 타오르고 있는데 수목원은 공기도 맑고 고요하다. 전망대인 안면정에 오르면 주변의 소나무 숲과 수목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꽃지해수욕장이 가깝게 보인다. 소나무에 별들이 총총히 내려앉은 모습을 나타냈다는 '별을 꿈꾸는 나무' 조형물이 바로 아래에 있다.
아래로 내려오면 풍경이 아름다운 작은 연못과 청자에 작은 꽃으로 자수를 놓았다는 청자자수원이 맞이한다. 청자자수원은 넓은 잔디밭에 고려청자가 땅 속에 반쯤 묻힌 상태를 연출했다. 연못 둘레에 있는 억새와 잘생긴 나무들을 바라보거나 큰 돌에 새겨 있는 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자자수원 끝에 담쟁이들이 붉은 잎을 매달고 얼기설기 얽혀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옛 담장이 있다. 한국의 전통정원으로 거듭난 아산정원이다. 아산정원은 조선시대의 별서정원 형태로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공간인데 숲, 물, 돌 등을 이용해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정원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정겹고, 전통적인 멋과 한국미가 묻어나 다정하게 느껴진다. 우리만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아산정원은 시공을 초월해 자연과 하나 되게 할 만큼 기품이 넘치는 공간으로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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