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영하 10도 가까운 강추위속에서 6시간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는 탈진한듯 움직이지도 못한채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윤석
[2신 : 31일 낮 12시 15분] "111일 동안 천막생활 했는데..."오전 10시 50분 서울 종로 보신각 앞 30m 높이의 CCTV탑 위에서 농성하던 황씨가 경찰특공대에 의해 강제 진압돼 내려왔다. 황씨는 곧바로 서울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특공대의 진압에 앞서 코스콤 비정규직 동료들과 사무금융연맹 간부들이 굴절차를 타고 황씨를 설득하려 올라갔지만, 황씨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황씨는 흥분된 어조로 "교섭이 이뤄지지 전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며 "이종규 코스콤 사장을 이곳으로 불러오라"고 말했다.
황씨는 "강제로 진압하면 뛰어내리겠다"고 외쳤지만, 경찰은 바로 강제진압에 나섰다. CCTV탑 아래에 있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하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특공대원들은 3대의 굴절차를 타고 올라가 황씨를 둘러쌌다. 바로 황씨의 몸을 잡아 굴절차로 끌어당겼고, 황씨는 별 저항을 하지 못하고 내려왔다.
3시간 반 이상 추위에 떤 황씨는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진 몸으로 경찰에 의해 끌려나와 경찰호송차에 올랐다. 황씨는 취재진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한 채 곧바로 종로경찰서로 이송됐다. 119구급대원들이 헛걸음으로 돌아섰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병원에 보내야 할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지만, "다른 곳도 진압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스콤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 천막농성장에서 111일째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스콤은 행정, 입법, 사법부가 모두 코스콤의 위장 도급을 지적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지만 코스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1월 국정감사 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의원들은 코스콤의 '위장 도급'을 성토했고, 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코스콤의 불법 파견을 지적했다. 12월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고용, 임금 등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면서도,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된 부분은 코스콤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현장에서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금융과 정치의 중심 여의도 한복판에서 비정규직의 통곡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사태 해결에 무관심한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111일 동안 추운 비닐 천막에서의 생활을 감내하면서 코스콤의 위장도급 및 중간 착취 등 불법적 만행을 규탄하였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미치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또한 "새해에는 각자의 일자리로 돌아가 희망을 가지고 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벽 끝으로 내몰아 세우는 코스콤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조합원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