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4335톤 싣고 북한 남포항에 도착

12월11일~17일, 살 인도대표단으로 북한에 다녀오다

등록 2008.01.01 11:59수정 2008.01.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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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항의 일출 .

남포항의 일출 . ⓒ 김영애



북한 남포항의 서해갑문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북측에 차관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쌀 40만톤 중 마지막 회차인 4335톤을 싣고 쌀 인도대표단으로 다녀오게 된 것이다.

2007년 12월 11일 대표단 3명은 5천톤급 도즌에이스호는 평택항에서 출항한 지 19시간만에 대동강하구에 다달았다. 북한 검색대원들이 도즌에이스호에 올라와 입항절차를 마친 다음에 서해갑문을 통과하였고, 1시간만에 남포항에 도착하였다.

오전 11시경에 평택을 출발한 대표단은 오후 6시가 돼서야 남호항에 도착하여 외국선원들이 묶는 남포 외국선원구락부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북한 대표단과 간단히 인사하고 쌀 양도인수절차를 마친 후 북한 대표단과 자연스럽게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북측의 2명의 대표단들은 여러행사를 계기로 남한을 방문한 사람들이라 남한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다음날 아침 남포항 방향으로 난 창을 통해 때마침 떠오르는 해를 보게 되었다. 황해도 은율군 쪽에서 솟아오르는 해는 남포항 전체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강화도에서 매일 아침 뜨는 해를 보는 나로서는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부모님 모두 황해도 연백군에서 전시에 강화도로 피난오신 실향민들이라 나는 부모님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자랐다. 강화도 한강하구에서 바라보이는 황해남도는 이렇게 대동강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황해도는 한강하구와 대동강하구 사이에 천혜의 농경지로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실제 강화도에서 바라보이는 북한 최대의 농경지인 연백평야는 북한에서 약34%의 식량을 공급하는 곳이다.


이번 남포항 방문으로 황해남도의 크기와 농경지로서의 좋은 조건을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4km 정도의 강화도와 황해남도 연백군의 뱃길을 복원한다면 남과 북은 실로 많은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음날 대표단 일행은 서해갑문을 직접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북한이 자랑하는 서해갑문(西海閘門)은 북한의 평남 남포 영남리와 황남 은율군 송관리 사이의 대동강 하구에 있는 세계적 규모의 북한 최대 갑문으로 미림갑문·봉화갑문과 함께 북한의 3대 갑문의 하나이다. 


서해갑문을 시찰하면서 지나게 된 남포천일제염장은 광량만에 서해바닷물을 활용하여 만든 광활한 염전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GATT협정(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이후 거의 폐전되다시피 한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으로써 수입염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여간 필요한 자원이 아니었다. 

3일째 되는 날 평양을 방문하였다. 남포항에서 자동차로 약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평양은 육로와 수로를 이용하여 갈 수 있었다. 전차와 지하철 그리고 간간히 버스가 지나가고 요즘 증가한 자전거 외에는 시민들이 거의 도보를 이용하고 있었으므로  평양거리는 훨씬 깨끗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교통안내를 하고 있는 푸른색의 겨울 제복차림의 여경들과 거리를 메운 학생들이 인상적이었다. 몇 년전 평양시내를 방문했을 때 보다 상점이 늘어났고, 상호들도 자연스러운 용어들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북한은 분명 서서히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국가가 유적지들을 견학시켜주는, 겨울 휴가를 나온 각 지방에서 온 유공자들을 제외하곤  남한 사람들을 대하는 평양시민들의 모습은 매우 익숙해 보였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동안 관광등 민간단체들의 남북공동행사와 아리랑공연등을 통해 백만명 이상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북한은 큰 소요없이 남한의 다양한 문물을 받아드리고 있었고, 남북경협을 통해 조용히 자본주의가 유입되고 있었다.

4일째는 눈이 와서 하역작업을 중단하는 관계로 계획보다 하루를 연장하게 되었다. 때마침 제주도에서 감귤을 싣고 온 팀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감귤교류협력사업은 통일의 열기가 거리에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남포항은 이렇게 거의 매일 남한으로부터 실려 온 각종 물품들과 생필품들을 하역하는 작업으로 붐비고 있었다.

5일째 오전 마침내 하역작업이 끝났다. 검역작업이 끝나는 대로 우리는 서둘러 남포항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6박7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평택항에 도착하였다.

덧붙이는 글 | 김영애 기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화군협의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영애 기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화군협의회장입니다.
#남포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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