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한 달... "들끓던 여론은 어디로"

[인터뷰]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연구소장

등록 2008.03.09 18:37수정 2008.03.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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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재연구소장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재연구소장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지난달 10일 화재로 인해 형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진 숭례문.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연구소장은 그러나 9일 화재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황 소장은 전날(8일)에 이어 주말 연휴를 화재 현장에서 보낸 셈.

그의 눈에는 숭례문 복구부터 문화재 관리 체계 점검까지 할 일이 곳곳에 눈에 띄지만, 여론은 어느새 숭례문을 잊었고 언론은 '한 달'이라는 이유로 그의 휴대전화를 울렸다.

황 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숭례문과 같이 타버렸다"고 지난 한 달을 되짚었다, 속도 마음도 머리도 타버렸단다. 그에게 자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머릿속도 탔다.

이날 서울시는 "주요문화재 20%에 안전시설이 전무하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황 소장은 이 소식에 "나머지가 제대로 됐을지는 알 수 없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한 달 전에는 100여명 정도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말을 잇지 못한 황 소장은 "냄비처럼 들끓다가 썰렁하게 빠져나간 것을 보면 시민들의 '냄비 근성'은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때처럼 인파가 몰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관심 밖의 숭례문을 바라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이 10일 오전 중구청 소속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것으로 수사를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황 소장은 "숭례문은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한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 방재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평소 문화재 관리를 누가 할 것인지, 관리 주체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황평우 소장과의 일문일답.

 숭례문 화재현장 보수작업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숭례문 화재현장 보수작업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소연



"대통령 취임식 전 숭례문 화재 기사 사라져"

-어제(8일) 숭례문 화재 현장에 갔었다고 들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한다면.
"지금도 와있다. 한 달 전에 비해 와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 달 전에는 100여명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미 예상했던 것 아니냐. (여론이) 냄비처럼 끓다가 지금처럼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재 이후 며칠간 여론이 냄비처럼 끓었던 것도 문제지만,  지금 썰렁하게 빠져나간 것을 보면 시민들의 냄비 근성은 알아줘야 한다. 물론 그 때처럼 인파가 몰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쉽다."

-불탄 숭례문이 남긴 것이 있다면.
"내일(10일) 수사결과 발표인데, 결국 경찰 3명만 불구속하고 끝날 것 같다. 문화재가 이렇게 됐는데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나. '숭례문'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죽을 고비에서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나. 오히려 이런 데 대해서 특검을 통해서라도 책임 소재를 밝혀내야 하지 않나. 화재 당시 진압을 못한 것, 평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해 서울시·중구청·소방재청 등이 책임을 져야지.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숭례문은 죽었다."

-숭례문 화재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숭례문을 사라졌고, 정부 당국이 관리 주체를 규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문화재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과거를 어떻게 잘 기록하고 남길 것인가에 대해서도 후진성이 드러났다. 여론도 당시에는 흥분하다가 지금은 이렇다. 문화재를 보는 총체적인 수준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총선 이후에도 '문화재 관리제도 개혁특위' 계속돼야"

-차벽 설치 등 화재 이후 정부 대응도 논란이 있었다.
"설치한 벽을 빨리 철거해야 한다. 창피하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치부를 보여줘야 한다. 한편 벽을 설치했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욕할 자격이 있나. 한 달만에 이렇게 관심 속에서 벗어났는데, 가림막 갖고 비난할 수 있나.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정부·관공서·공무원·공기업 등의 총체적 부실이다. 환경 문제의 경우 기업체가 후원 등을 하지만 문화재는 그런 것이 없다. 일부 시민단체 사람들만 뛰어 다녔다. 문화유산과 관련해 시민운동이 활발해야 하는데, 전문성을 갖고 공부한 사람들도 문화재 관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활동을 하는 것 같아 아쉽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언론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이 있기 3일~4일 전부터는 숭례문 화재에 대한 뉴스가 거의 사라졌다. 또 한달 됐다고 할 보도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05년 낙산사 화재도 있었다. 문화재 방재 시스템 구축은 어디서부터 해야 하나.
"방재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하는 주체, 권한 위임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문화재 관리를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중앙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것인지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개선책에는 변화가 있나.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 '문화재 관리제도 개혁특위'를 만들어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는데, 7차 회의를 열었고 중간보고서 지필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것마저 총선 체제로 들어가면서 힘들게 됐다. 그래도 총선 이후 다시 시작할 것이다. 특위를 통해서 문화재 관리 예산 및 조직, 관련법 등을 뜯어고칠 계획이다."

10일 숭례문 화재 수사 종지부... 문화재 관리 허술 여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0일 오전 중구청 소속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입건한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숭례문 경비 계약을 둘러싸고 담당 공무원과 KT텔레캅 직원 간 금품 로비 등이 조사 대상이었지만, 특별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 한달간 밝혀낸 사실은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화재 당일 근무일지 등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 전부다.

한편 숭례문 화재 당시 문화재 관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음에도 이에 대한 재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지난달 18~29일까지 흥인지문(동대문) 등 관내 문화재의 안전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요 건조물 문화재 24곳(20.3%)에서 경비 인력이나 방범시설 등이 미비했던 것.

서울시는 이에 따라 "경비인력이 없었던 중요 건조물 문화재에 경비 인력을 긴급 배치하고, 문화재 안전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인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며 "또한 문화재별 특성에 따라 방재 및 방법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는 시 직원, 문화재위원, 소방직원, 전기안전공사 직원 등이 팀을 구성, 국가 지정 문화재 55곳과 시 지정 81곳 등 총 136곳을 조사했다. 이들은 야간경비인력 배치 유무, 화재탐지기·스프링클러·소화전 등 방재장치와 CCTV·경보기 등 방범시설 설치 여부를 점검했다.

서울시는 "현장 점검과 동시에 흥인지문, 사직당 등에 경비 인력을 즉시 배치했고 경희궁과 운현궁 등에는 소방 훈련을 실시했다"며 "문화재 경비 및 관리인을 기존 51명에서 126명으로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숭례문 #황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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