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강남 부자들이 투기한 땅"

[현장] 곽승준 수석의 성남 금토동 땅 '위장 전입, 농지 투기' 의혹

등록 2008.04.25 10:05수정 2008.04.25 10:12
0
원고료로 응원
 판교신도시 개발로 주변지역의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업소가 성업을 이루고 있다.

판교신도시 개발로 주변지역의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업소가 성업을 이루고 있다. ⓒ 남소연



"옛날부터 여기에 강남 부자들이 땅을 많이 샀어. 투기하는 놈들이지."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들머리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 이진동(가명)씨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흥분했는지 시뻘개진 얼굴로 "나쁜 놈들, 없어져야 해"라고 소리쳤다.

한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이 지역에 위장전입해 땅 투기를 한 의혹이 있어 이 곳을 찾았다는 기자의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나도 현장을 보고 싶다"며 기자와 동행한 그는 내내 심각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24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결과는 이씨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을 '뿔나게' 했다. 청와대 대통령실 인사들의 재산은 평균 35억원. 특히, '땅부자 비서실'이라는 비아냥거림처럼 대부분 땅이 재산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몇몇 인사들은 땅 투기 의혹까지 일었다.

가장 먼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이 거론됐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110억 30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의 금토동 땅은 임야 8331㎡, 도로 306㎡, 농지 1666㎡로 모두 3억 1733만원 어치라고 곽 수석은 밝혔다.

이는 그가 대학 3학년이던 지난 1983년 3월 구입한 것이다. 당시엔 직접 농지를 경작하는 사람만이 농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곽 수석은 "주말 농장으로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 반 금토동에 닿았다.


금토동은 서울과 판교 사이 금싸라기... 대부분 외지인들 땅

금토동은 20분에 한 대 꼴로 있는 마을버스가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대중교통 편일 정도로 외진 곳이다. 하지만 한적하지는 않았다. 금토동 들머리부터 300여m까진 부동산 공인중개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투기 바람이 강하게 느껴졌다.


공사중인 진입도로엔 오고가는 차량으로 붐볐다. 외제차 등 고급차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남쪽으론 판교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웠다. 서울도 멀지 않다. 또한 경부고속도로가 금토동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이진동씨는 "금토동 입구를 제외하곤 모두 그린벨트 지역"이라면서도 "이 곳은 서울과 판교 사이의 금싸라기 땅이다, 사람들은 '여길 그린벨트로 계속 놔두겠느냐, 언젠간 풀리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외지인들이 많이 땅을 샀단다.

이씨와 차를 타고 곽 수석의 땅을 확인하려고 마을 깊숙이 들어갔다. 얼마 안 돼 전형적인 시골마을 풍경이 나타났다. 비닐하우스와 밭이 길 양쪽으로 엇갈리며 늘어섰다. 이씨는 지나치는 땅을 가리키며 "변호사 등 강남 부자들 것"이라고 밝혔다.

 총재산 110억307만원을 신고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에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임야. 판교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이 땅의 일부는 현재 용인-서울 고속도로구간에 수용돼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총재산 110억307만원을 신고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에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임야. 판교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이 땅의 일부는 현재 용인-서울 고속도로구간에 수용돼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남소연



마을버스 종점을 100m 지나서야 곽 수석의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땅 일부(농지1573㎡)는 지난 2006년 11월 서울-용인 고속도로로 수용돼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씨는 "농지의 경우 3.3㎡당 135만원 보상됐다, 시세는 농지가 100만원, 임야는 3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며 "농지의 경우 매매가 이뤄지지 않지만 호가는 200~250만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인근의 여러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따르면 5~6년 전 판교신도시 건설공사가 시작되기 전, 곽 수석 땅의 경우 3.3㎡당 임야는 10만원, 농지가 40만원 수준이었다. 곽 수석이 이 곳에서 땅을 구입한 80년대엔 임야는 2~3만원, 농지는 5만원이었다.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인근에 판교신도시가 건설되면서 80년대에 비해 엄청 올랐다"며 "그린벨트에서 풀리면 수백만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어있는 곽승준 수석의 별장... "지금은 사람 안 살아"

곽 수석의 땅엔 그의 별장으로 보이는 집이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초인종도 뜯겨져 있었다. 대신 한 경비업체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고속도로 건설현장의 한 직원은 곽 수석의 별장에 대해 "항상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2~3일에 한 번씩 현장에 나오면 가끔씩 사람이 있다, 누군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인근에는 농원이 여럿 있었다. 곽 수석 땅과 도로 하나를 둔, 맞은 편 농원엔 몇몇 노인이 밭에 앉아 호미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 온 지 며칠 안 됐다, 우리는 돈 받고 여기서 일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농원들은 대리 경작하는 곳이 많아 보였다. 곽 수석의 땅이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수용되기 전, 농지의 대리 경작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곽 수석의 농지 관리인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자신이 농사를 짓는다"며 "곽 수석은 주말에 왔다갔다 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현재 이 지역 주민의 90% 이상이 외지인이다, 토박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토박이라는 70대 노인을 만난 건 오후 2시가 넘어서다. 그에게 곽씨의 땅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지을 때 서울사람들이 많이 투기했다, 그 때 지역의 2/3는 서울사람이 샀다"며 "저기(곽승준의 땅과 별장)도 그 때 서울 사람이 산 것 같다, 지금은 사람이 안 살고 비어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곽 수석이 보유한 땅을 둘러본 후, 이씨와 함께 다시 금토동 들머리로 나왔다. 이진동씨는 "나도 부동산을 하지만 은퇴 전엔 공직에 있었다, 땅 투기한 사람들은 국가를 좀 먹는다"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a  판교신도시 개발로 주변지역의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와 상가 등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판교신도시 개발로 주변지역의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와 상가 등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 남소연


#곽승준 #땅부자 #청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