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체, '세계2위' 인도 공략 경쟁 치열

인도, 중국 이어 이동통신시장 2위 등극...노키아, 현지 적응으로 판매 1위 고수

등록 2008.06.04 13:52수정 2008.06.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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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휴대전화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인도 통신규제국 (TRAI)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인도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억6110만 명으로 작년에 비해 약 58%가 증가했다.

 

이러한 휴대전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도는 휴대전화 가입자 2억5790만 명의 미국을 제치고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으며, 가입자 수 5억4050만 명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맹추격하는 중이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치상 중국과 2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인도의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중국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 것은 인도의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 증가 추세가 중국의 신규 가입자 증가 추세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달 평균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 수가 500만 명 수준인데 비해, 인도에서는 한 달 평균 600만 명에서 70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신규 가입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성장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2월에는 신규 가입자가 853만 명 늘어났고, 3월에는 1천16만 명이나 늘어나 세계 최고의 증가율을 보였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신규 가입자가 1억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2010년에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5억 명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인 단말기 제조업체 치열한 경쟁

 

인도 휴대전화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세계 휴대전화 업체들은 인도 시장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신규 가입자 증가로 인한 휴대전화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기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새로운 단말기로 교체하려는 인도 소비자들도 빠르게 증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인도의 신흥시장 장악을 위해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벤큐, 영국의 메리디안 모바일 등 세계적인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경쟁이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발행되는 경제 일간지인 <이코노믹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3~4년 전 만해도 고작 8~10%에 불과하던 휴대전화 단말기 대체 수요가 최근 들어 20~25%까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체 수요의 증가는, 휴대전화를 단순히 음성통화에만 사용하던 인도인들의 휴대전화 활용 패턴이 최근 들어 첨단 기능을 포함한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는 활용 패턴으로 바뀌면서 휴대전화 단말기의 대체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인도인들이 새로운 단말기로 교체하는 주기 역시 점차 짧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메리디안 그룹의 자회사 메리디안 모바일의 라지브 칸나 CEO는 "델리에서 단말기 교체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0~80%에 이른다"라고 밝히고, "첨단기술 수용 기간이 짧아지면서 평균 단말기 수명도 12~18개월로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벤더 키쇼르 노키아 인도 법인 마케팅 담당 이사도 "인도인들의 단말기 대체 수요가 15~18개월로 줄었다"라고 밝혔다.

 

주도권 선점 위한 가격 경쟁 심화

 

단기간에 급속히 성장한 신흥 휴대전화 시장인 인도에서 휴대전화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 휴대전화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은 결국 인도를 세계에서 휴대전화 이용료가 가장 저렴한 나라로 만들었다.

 

인도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평균 약 7-8%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는데, 1센트에 1분을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도 등장했다.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도 25달러 단말기가 등장하는 등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비즈니스 위크>는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저소득층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춘 50달러 이하의 단말기를 개발 판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모토로라의 경우, 2년 동안 인도의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인도인들은 배터리 수명이 긴 슬림형 휴대전화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배터리 용량을 늘린 초염가 흑백 휴대전화 '모토폰'(Motofone)을 개발했다.

 

모토폰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이용자들을 위해 휴대전화의 각 기능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아이콘으로 화면에 배치하고, 휴대전화의 기능을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휴대전화 이용이 쉽도록 했다. 

 

인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표적인 휴대전화 단말기인 '노키아 1110' 기종의 가격을 50달러에서 43달러로 인하한데 이어, 최근에는 3가지 새로운 기종을 50달러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도 필요한 기능을 갖춘 50달러에서 60달러 사이의 저렴한 휴대전화 단말기를 인도 시장에 선보인 이후, 판매량이 세배 이상 증가해 2006년 한해에만 12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LG전자는 새로운 저가 휴대전화 단말기 모델을 출시하고 인도시장에서 5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키아, 앞선 투자와 제품 현지화로 1위 고수

 

a  노키아폰

노키아폰

노키아폰

노키아는 경쟁업체를 압도하며 인도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약 60%, 그리고 GSM(유럽식 이동통신 표준)방식 휴대전화 시장의 약 70%를 독차지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키아 인도법인의 D. 시바쿠마르 부사장이 "다른 업체보다 항상 앞서 투자를 했다"고 밝혔듯이 실제 노키아는 지금까지 인도시장에 1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견지해 왔다.

 

이러한 휴대전화 시장의 집중 투자로 인해, 노키아는 2007년 현재 9만5천 개의 인도 휴대전화 판매 매장의 절반 이상인 5만 개 판매 매장을 장악했다.

 

이와 함께, 노키아는 지난 2005년 인도의 첸나이 지역에 1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휴대전화 제조 공장을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2500만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인도에서 생산해 판매했다. 

 

노키아가 인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현지 이용자들의 필요에 맞는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제품의 현지화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단말기 현지화 노력을 통해 이른바 '전등 휴대전화'와 '공동 휴대전화'를 선보여 현지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 많고, 정전사태가 많은 인도의 특성을 고려해 노키아가 현지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등 기능과 알람, 그리고 라디오 기능까지 갖춘 노키아 1100 소위 전등 휴대전화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인도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는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휴대전화를 구입하기가 힘든 인도 국민들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여러 사람이 하나의 핸드폰을 공동으로 구입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을 개발중이다.

 

세계에서 6번째로 큰 국토와 1억7천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 인도. 엄청난 성장잠재력으로 인도는 이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시장인 중국의 경쟁자로 우뚝 섰다. 세계 굴지의 휴대전화 업체들이 휴대전화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지 문화와 현지인들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 대학교 매스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04 13:5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 대학교 매스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도 #중국 #이동통신 #모토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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