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선은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작가 개인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동시대의 특정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직설적인 표현방식으로 기록해 왔다. 그 결과 동시대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1920년대 이후 오랫동안 기록으로서의 사진 혹은 특정한 사회현실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로서의 사진이 구분하기 애매모호해졌다.

우선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작업 태도가 달라졌고 표현방식도 예술사진가의 그것과 유사하게 되어 특정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여 전달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큰사진보기

▲ anna and rey_the musicians ⓒ 김옥선

이번에 김옥선이 제6회 다음 작가 수상자로서 전시하는 작품은 1653년 네델란드인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하여 일정 기간 동안 조선에 억류되어 생활하다가 탈출한 것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 현재 제주도에서 일시적으로 정착하여 생활하고 있는 서양인들의 삶을 기록한 결과물들이다.

큰사진보기

▲ kevin_the humanist ⓒ 김옥선

큰사진보기

▲ peter_the nomad ⓒ 김옥선

작가는 그들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스냅촬영이 아닌 정공법적인 인물사진으로 기록하였는데, 작품마다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고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도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빛을 자신이 원하는 느낌대로 제어하였고, 작품 속 인물과의 소통에도 성공하여 독특하고 개성적인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제주도의 문화에 잘 적응하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작품마다 그것이 잘 표현되고 있다.

큰사진보기

▲ rich_the naturalist ⓒ 김옥선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작가가 작품 속 인물의 개성을 포착하였고 작품 속 배경 혹은 특정한 상황과 인물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도 성공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과 작가의 사진적인 테크닉이 상호작용하여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이 생산 된 것이다.

김옥선은 1996년 첫 개인전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도 한국사진계에서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중요한 작가상인 다음 작가상 수상자답게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드러내었다.

이번 전시회는 작품의 주제와 내용도 진지하고 작품의 외형도 시각예술에서 중요한 조형성, 개성적인 컬러 그리고 빛의 제어에도 성공하여 보는 이들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깊이 있게 자극한다.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동 시대의 특정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전시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