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 : 2008년 7월 14일 월요일 오후 8시 ├ 곳 : 이음책방 └ 참석예정자 : 이음책방 운영과 향후 책방 진로에 관심이 있는 분들 모두.
2005년 10월 1일에 영업을 시작한 이음책방은 올 가을이면 세 돌이 됩니다.
저는 좋아하는 책과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이음책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점 개업시 이미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이 도서유통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소형 서점들은 점점 없어져가는 추세였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책방을 어디에 낼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고 있는 동네도 돌아보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홍대 근처도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굳이 대학로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단순한 이유 때문입니다. 어째서 대학로라는 문화의 거리에 서점이 하나도 없을까 하는 의구심과, 문화의 거리라면 유동인구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2, 3년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을 가지고 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책방 운영을 통해 어떻게든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당분간의 고통도 각오했습니다.
영리목적의 사업체인 이상, 책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다행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음의 뜻을 알아주는 고객님들이 점점 늘었습니다. 그 결과, 책방 운영만 놓고 본다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온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책방을 시작하며 차입한 자금에 있었습니다. 자금난은 저의 예측과 다르게 진행됐습니다. 매출 상승이 이루어지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책방운영의 전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이점에 있어서 우리 책방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운영자인 저 자신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과연 유흥문화만 남은 대학로에서 책방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도 책방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매출 증가를 이루어왔고, 그 결과 대학로의 작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원탁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이음책방 방명록을 볼 때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한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이음책방에서 지금까지 가졌던 다양한 행사들은, 책방이 단순하게 책만을 사고파는 공간으로서만 아니라 문화적 소통의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책방은 많은 분들의 ‘이음고리’가 되고자 합니다.
2005년 12월의 조병준 시인과 함께한 독자와의 대화 행사 이후 신현림 시인, 이건섭 건축가, 손승현 사진작가, 강영숙 작가, 윤성희 작가, 편혜영 작가, 백가흠 작가, 구본창 사진작가, 김경주 시인, 김애란 작가, 장정일 작가, 육명심 사진작가와 함께 한 행사 및, 2007년 매월 책읽는 사람들을 위한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무료연극공연행사, 2007년 4,5월 최창근 작가의 <봄날은 간다> 희곡낭독 공연, 2007년 7월 김민웅 선생님과 함께 한 북콘서트, 임종진 사진작가의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사진전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이음책방을 사랑하는 주위 분들의 기획과 협조 아래 아무런 대가 없이 치러진 일이었기에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차입으로 시작한 책방운영은 개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처한 어려움을 책방을 자주 찾는 몇몇 손님 및 작가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힘을 다한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음책방이 앞으로도 유지 지속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으며 책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는 많은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서 이음책방이 앞으로도 버텨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는 법인으로의 전환과 일시적인 자금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선불제 후원방식 및 '이음책방 상품권' 판매를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음책방을 사랑하는 분들의 조언과 협력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청회 자리를 7월 14일 월요일 오후 8시 이음책방에서 가질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셔서 이음책방이 대학로에서 문화사랑방 역할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8년 7월 2일 이음책방지기 한상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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