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있는 일본인까지도 화나게 한 '어떤 한국인'이 원망스러웠다.
우광환
천박한 자만심은 더 큰 모욕으로 돌아옴을 알아야물론 불교나 한자, 건축기술 같은 것은 일본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국기원'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고유하게 발전시킨 여러 문화까지도 무조건 한국 기원이라고 말한다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 일본에 전해준 여러 문화들 역시 대부분 한국에서 창조된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 역시 중국이나 그 이외의 지역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에게서 전해 받은 소중한 문화들을 더욱 계승 발전 시켜 왔듯이 일본이라고 해서 전혀 그런 면이 없을 리 없다. 다시 말해 이제는 각자의 고유문화로 뿌리 내렸다고 봐야 한다.
오늘날 유럽 문화가 로마 문명에서 파생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스페인이나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게 그런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마 역시 신화와 군대조직, 건축술, 도로포장술 등을 포함한 대표적이고도 굵직한 기본문화는 그리스나 오리엔트에서 따온 것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제 와서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서 배우고 가르쳤다고 우길 것인가.
값 없는 자만심은 이웃을 불쾌하게 만든다. 일본의 명치 시절이나 한국의 일제 때, '하이칼라'로 대표되는 서양물 먹은 사람들의 천박한 자만심은 지금도 사회풍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아무리 이웃에게 답답하고 할 말이 많다 해도, 서로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면 돌아오는 것은 더 큰 모욕뿐이다. 더구나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양식있는 사람들까지도 맥 빠지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과 한국은 종군 위안부, 과거사 문제, 독도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자기주장을 말할 뿐, 대부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게다가 양쪽은 오랫동안 가깝게 살았음에도 서로를 너무 모른다. 뿐만 아니라 더욱 무서운 것은 서로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웃과 소통을 못하고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게다가 이사도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이웃과 서로를 헐뜯기만 한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양국의 시계가 다시 20세기로 회귀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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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장편소설 (족장 세르멕, 상, 하 전 두권, 새움출판사)의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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