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입에 손가락 넣고 이 났나 확인하는 식당 아주머니

위생상 좋진 않은데, 뭐라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등록 2008.08.10 12:55수정 2008.08.10 12:5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무 곳을 가더라도 관심이 쏟아지는 지금, 가끔은 그 관심이 부담스러울때가 있다.
아무 곳을 가더라도 관심이 쏟아지는 지금, 가끔은 그 관심이 부담스러울때가 있다.윤태
아무 곳을 가더라도 관심이 쏟아지는 지금, 가끔은 그 관심이 부담스러울때가 있다. ⓒ 윤태

생후 5개월째 접어드는 둘째아이. 다른 아기들도 그렇지만 이 시기는 대체로 귀엽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디를 가도 인기가 좋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귀엽다며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식당 같은 데 가면 주방 아주머니들이 안아주기도 합니다. 입과 볼에 뽀뽀는 또 얼마나 해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관심과 사랑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타인들이 아기를 만지고 접촉하는 것이 말이지요.

 

특히 장모님은 아기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걸 무척 싫어하십니다. 혹여 아기를 들고 달아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전에 뉴스에서 아는 사람 아기를 들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지요. 그거 보시고 그러시는 겁니다)과 아기에게 병균 같은 게 옮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지요. 어떤 병(균)을 보유한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아직 면역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생후 몇 개월 아이는 병균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충치균이나 간염 등이 타액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부모라도 아이 입술에 함부로 뽀뽀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지요. 뿐만 아니라 외국자료를 보니 헬리코박터균도 옮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아기를 귀여워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덥썩 받아 안고 얼굴을 만지거나 뽀뽀 등을 하는 경우는 별로 달갑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뭐 딱히 ‘그러지 마세요’라고 싫은 소리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예뻐해주는데 뭐라 하기도 그렇지 않습니까? 또 인정이 앞서다보니 싫은 소리는 잘 안나옵니다.

 

지난 8일 저녁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날도 덥고 가스불 켜기도 그래서 종종 가는 식당엘 갔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들, 우리 둘째 보시더니, 많이 컸네, 엄청 귀여워졌네 하시면서 반가워하시더군요. 바닥에 앉을 수 있는 홀로 들어갔지요.

 

음식이 나오고, 손님이 뜸해서 식당 아주머니들이 옆에 앉으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아기를 받아 든 식당 아주머니, 입술에 뽀뽀하고 얼굴 부비고, 귀엽다 얼르고, 세상의 순수함을 다 안은 듯 그렇게 즐거워하셨습니다.

 

입에 뽀뽀하는 장면에서 아내와 저는 ‘허걱’했지만 뭐라 이야기는 못했습니다. 얘를 그렇게 귀여워해주시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묵묵히 밥만 먹었지요.

 

이번에는 바닥에 눕혀놓고 아기와 눈을 맞추시더라구요. 눈 맞으면 까르르 웃고 그러잖아요. 그런가보다 했지요.

 

그런데 아내와 저를 쓰러지게 만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검지손가락을 아이 입속에 쏙 집어넣더니, 위, 아래 휘휘 저으며 “이가 났나?”하시는 겁니다. 잠깐 넣었다 뺀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입안을 더듬더듬 휘젓는 것이었습니다.

 

방금전까지 주방에서 일하다가 오시어서 손 위생 상태가 어떤지 모르는데 아기 입속에 쏘옥? 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주머니 손가락을 쪽쪽 빨려고 하고 아내와 저는 역시 아무 말 할 수 없었습니다. 놀랐지만 인정상 또 귀여워 해주시고, 한 두 번 본 얼굴도 아니고 해서...

 

연세가 지긋한 아주머니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할머니가 씹어서 잘게 부순 다음 도로 꺼내 갓난쟁이한테 먹이기도 했지요. 저희 어릴때도 그렇게 컸습니다. 그래도 아무 문제 없다고, 다들 그렇게 컸다고 할머니들은 말씀하시지요.

 

종종 드라마에도 나옵니다. 여러 방식으로 손자 손녀들을 사랑하는 할머니와 이런 할머니의 방식을 몹시 마음에 안들어하는 며느리 모습 말이죠. 할머니 숟가락으로 아기한테 국물 같은 거 떠 먹으면 아기엄마 즉 며느리가 싫어하는 경우 있지요. 아기를 얼른 시어머니 품에서 빼앗으며 "어머니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그때 무안해 하시는 시어머니 표정이 클로즈업 되구요. 

 

여하튼 위생상 좋을리는 없겠지요. 옛날분들이 살아오신 환경이 지금과는 다르고 그 가치관에도 차이가 있으니 네가 옳다 내가 옳다 라고 판가름할 일은 아닐 듯 합니다.

 

분명한 건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라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고 따라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애정과 관심이 때로는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섣불리 “싫다, 안된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불편이라고 할까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일들이 있네요. 우리 둘째 또래 아기를 키우고 계신 분들, 이런 마음 느끼고 계시죠.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습니다
#병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