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진은 왜 국방차관에게 직접 전화했나

'유한열 불똥'에 한나라당 전전긍긍... 유 고문에 출당 조치 내릴 듯

등록 2008.08.11 15:18수정 2008.08.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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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연루된 국방부 납품청탁 비리 수습을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유 고문 등 관련자들을 출당시킴으로써 파문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유 고문이 청와대 정무수석과 여당 최고위원에게까지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과 8·15 광복절을 계기로 분위기를 바꿔보려던 여권의 계획도 잇따른 비리 사건으로 인해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맡고있는 공성진 의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년에 불과한 짧은 정치 역정이지만, 소신과 떳떳함으로 국민을 섬겨왔다고 자부한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거명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2월 말에서 3월 중순 사이 총선 직전의 바쁜 상황에서 당 상임고문이 '국방부가 보다 좋은 기술과 저렴한 가격의 물품을 안 받는다'고 민원성 제보를 해서 비서관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시킨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중략)…이 문제에 혹시라도 걱정하신다면 이런 걱정은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강조 드린다."

 

국방차관에 전화한 공성진 "차관 아니라 장관이라도 확인할 건 확인해야"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공 의원은 2월 말 서울 강남구의 지역구사무실에서 유 고문을 만난 뒤, 3월 중순경 김종천 국방부 차관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부상한 공 의원으로 하여금 국방부에 납품 압력을 넣게 하려고 유 고문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공 의원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나는 국회 국방위에 있으면서 마일즈(다중통합 레이저 훈련체계) 장비 납품비리를 (국감에서) 밝혀냈고, 김 차관은 군수물자 획득 전문가"라며 "차관에게 취임 축하인사를 전하고, 보좌관에게 추가로 사실 확인을 시킨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공 의원은 "국방위 소속 의원인데, 차관이 아니라 장관이라도 확인할 게 있으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3월 2일 인사발령을 받은 국방부 차관에게 공 의원이 같은 달 중순이 돼서야 취임 축하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의 대화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검찰은 9일 공 의원의 보좌관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공 의원도 조만간 불러 유 고문 및 김 차관 등과의 접촉 경위를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출신의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라는 분이 국방부 차관에게 직접 청탁하고 압력을 가했다"며 "이런 문제는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조금이라도 의혹이 남는다면 특검 도입은 물론 국정조사까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 의원은 오후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으로, 그는 "정당한 의정활동을 마치 로비에 의해 움직인 것인양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는 야당에게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며 "이번 건과 관련하여 그 어떤 조그마한 불법사실이라도 드러날 경우 정계은퇴를 비롯하여 그 어떤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거듭 결백을 호소했다.

 

맹형규 수석은 언론사 확인취재 시작된 후에야 검찰에 수사 의뢰

 

a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 유성호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 유성호

대통령직인수위 총괄간사를 맡던 시절에 자신에게 돈 봉투를 건네려고 했던 유 고문의 행동을 쉬쉬하다가 언론사의 확인 취재가 시작되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의 행동도 구설수에 올랐다.

 

맹 수석이 여당 원로의 치부를 감추려다 더 감출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뒤늦게 검찰에 '해결사' 역할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유 고문 사건의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진정서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이로부터 이틀 뒤 검찰에 수사의뢰가 되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당 윤리위(위원장 최병국 의원)를 열어 유 고문의 징계를 처리하기로 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기소가 되기 전이라도 부정부패 행위가 확실한 경우에는 예외없이 당헌과 당규상의 최고 중징계인 탈당 권유 등의 조치를 취한 바가 있는 점을 참조해달라"고 말하는 등 최고 수위의 징계를 암시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에 여권발 의혹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당직자는 민한당 출신의 유 고문에 대해 "본래 한나라당도 아닌 사람을 세 확장 차원에서 데려왔다가 문제만 생겼다"며 "권력에 기대어 옛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청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08.11 15:18ⓒ 2008 OhmyNews
#유한열 #맹형규 #홍준표 #납품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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