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수문
유혜준
황학교 아래에 수문이 여러 개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수문을 연다고 합니다. 수문 모양이 재밌네요. 옛날 기와집 대문을 연상시킵니다. 수문이 열리고 물이 쏟아지는 걸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청계천은 출입금지 지역이 된답니다.
시민들이 소망이나 염원을 직접 쓴 타일을 붙여 만든 소망의 벽을 지납니다. 시간이 많다면 이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좋겠지만 걸음을 재촉하느라 몇 개만 눈여겨보고 지납니다.
청계천에는 청계8경이 있답니다. 제1경은 청계광장이고, 2경은 광통교, 3경은 정조반차도, 4경은 패션광장, 5경은 청계천 빨래터, 6경은 소망의벽입니다. 7경은 존치교각과 터널분수, 8경은 버들습지입니다.
'존치교각'이라니 뭐 대단한 것 같지만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면서 교각 3개를 기념으로 남겨둔 것이랍니다. 하나는 온전한 것으로, 또다른 하나는 윗부분 일부가 부서졌고, 나머지는 기둥만 짧게 남아 있지요. 아무 생각 없이 존치교각을 보면 철거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착각을 하기 딱 알맞게 되어 있거든요.
길바닥에 방향을 알려주는 동그란 표식이 붙어 있습니다. 상왕십리역으로 가는 방향, 용두동으로 가는 방향은 서로 반대입니다. 중심점은 무학교이고. 길을 걷노라면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물론 목적지가 있으니 그곳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정은 끝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요.
'인생이라는 길 끝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곳에 도착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더불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어라, 저게 뭐지? 신데렐라의 호박마차가 서 있네요. 물론 진짜 호박으로 만든 건 아닙니다. 마차 앞쪽에 계단이 놓인 것으로 봐서 사진을 찍으라고 일부러 만들어 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해바라기 꽃이 장식되어 있는 의자도 있습니다. 그 뒤의 돌담에는 담쟁이 넝쿨이 매달려 있지요. 걷다가 힘들면 의자에 잠시 앉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것도 기분이 전환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