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발자취 역사 기록물로 관리한다

경기 안양시 전국 처음 역사정보팀 신설... 시정역사정보화 추진

등록 2008.09.01 20:45수정 2008.09.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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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양시 홍보실에 신설된 역사정보팀

안양시 홍보실에 신설된 역사정보팀 ⓒ 최병렬

안양시 홍보실에 신설된 역사정보팀 ⓒ 최병렬

 

각종 시정 자료들이 보유기간이 지나면서 파기돼 사라지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록은 커녕 언제 발생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자료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대소사를 전산으로 남기는 작업에 나서 화제다.

 

경기도 안양시 관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 가를 앞으로 번거롭게 서류나 수첩 등을 뒤척이거나 시립도서관을 찾아 옛 문서를 찾을 필요가 없이 안양시 홈페이지에서 알고자 하는 해당 연도와 월일을 클릭하면 당시 발생했던 각종 상황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

 

안양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역사정보팀'을 신설하고 그날그날 시정과 관련하여 일어났던 모든 상황을 기록, 체계화해 안양 관내 발자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역사기록물 관리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안양시에 따르면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업과 행사에 관련된 시청각자료나 문서기록물, 시민의 관심사가 됐던 사건·사고, 국내외 자매도시와의 교류 및 협력에 관한 사항, 시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특색사업 등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을 연대별, 시대별, 유형별 또는 행사 및 사업별로 분류를 세분화해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는 그 첫 단계로 내부전자결재 시스템인 '포동이 광장'에 '역사방'을 개설, 각 부서와 연관된 모든 사업이나 행사 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 날짜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김태영 홍보실장은 "최근 문화재청이 문화유산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실정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행정 기록물은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라는 점에서 이를 전산화하여 제공할 계획이며 지난 과거도 기록도 정리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a  1968년 안양읍 당시의 안양 항공시진

1968년 안양읍 당시의 안양 항공시진 ⓒ 닐미샬로프

1968년 안양읍 당시의 안양 항공시진 ⓒ 닐미샬로프

 

이와 관련 안양시는 지난 과거사 기록 정리뿐 아니라 관련 자료도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역사정보팀에 팀장 1명과 직원1명을 배치했지만 자료 수집이 본격화되고 업무가 늘어나면 추가 인원을 배치하고 자문회의를 통해 관련 자료 소장자를 찾고 기증을 받는 등 자료 발굴과 함께 중요 기록물은 영구 보존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시 개청후 발행됐던 간행물을 정리하고 선물류(미술품·공예품·기념주화 등), 도장류(관인·청인 등), 공직자 상징류(의복·뺏지·수첩 등), 행사기념품과 방명록, 팸플릿 등 개인소장품을 전직공무원을 포함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기증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 자료수집 및 발굴과 함께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2009년 예산에 반영 발주하고, 시 홈페이지에 테마별로 분류된 역사기록 콘텐츠를 구성하여 시민들이 시 홈페이지에서 시정의 역사적 사실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안양시 박정완 역사정보팀장은 "앞으로 시민들이 안양시 변천사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어 교육자료 활용과 애향심 고취를 통해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안양'을 알리는 콘텐츠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역사기록물 수집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9년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자료관을 설치토록 하고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지방기록보존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등 기록물 보존과 체계적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기록물 수집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발행하고 기록한 각종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 및 이용 활성화뿐 아니라 이와 병행하여 안양지역 사회와 관련한 다야한 자료 발굴 또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방안을 찾고 준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a  이한기 선생이 수집한 안양시 개청(1973년 7월1일) 사진 자료

이한기 선생이 수집한 안양시 개청(1973년 7월1일) 사진 자료 ⓒ 시흥시청

이한기 선생이 수집한 안양시 개청(1973년 7월1일) 사진 자료 ⓒ 시흥시청

 

안양시는 과거 행정구역상 시흥군에 속해있던 안양읍이다. 지금은 지도에서 사라진 시흥군은 고구려시대에 잉벌노현에 속했다가 934년 고려 태조때 금주로 개칭되면서 衿川으로 불렸으며 조선세조 원년인 1456년 과천에 병합되었다가 정조19년에 시흥으로 개칭되고 1895년 5월26일 고종32년에 시흥군으로 승격되었다.

 

시흥군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 3월 1일 부ㆍ군ㆍ면 통폐합에 따라 시흥, 안산, 과천의 3개군이 통합되어 1949년 8월 14일 안양면이 안양읍으로 승격되면서 안양은 전원도시로 발돋움해 오다가 급격한 도시발달로 1973년 7월 1일 시로 승격되면서 분리되었다.

 

이어 1989년 1월1일을 기하여 시흥군 군포읍이 군포시, 의왕읍이 의왕시로 각각 시로 승격 분리되고 소래읍, 수암면, 군자면을 합하여 시흥시로 승격되는 3개시의 승격 행정개편을 끝으로 시흥군은 74년만에 해체됨과 동시에 행정 명칭에서 그 이름이 사라졌다.

 

이에따라 시흥군은 1936년 영등포를 서울시에, 49년에 구로, 도림, 번대방을, 63년에는 3차로 신동면을 서울에 편입시키는 등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1989년까지 안양시, 광명시, 과천시, 안산시, 시흥시, 의왕시, 군포시 등 7개시를 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흥군이 해체되고 행정구역이 바뀌는 과정에서 행정문서, 지도, 사진 등 각종 자료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과 풍물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다행히 평생을 향토자료 수집과 연구에 몸바쳐 지방사 최초의 아키비스트로 불리우던 고 이한기 선생(전 시흥시 향토사료실 전문위원)의 수집 노력 덕택에 시흥군 당시 행정자료 등 근·현대사를 조명할 수 있는 10만여점이 넘는 향토 문화 자료들이 남아있다.

 

이와 관련 시흥시는 고 이한기 선생이 생전에 연구해 오던 의왕시 향토사료실에 보관한 자료는 모두 7천929건으로 서책류 1천771건, 행정자료 2천817건, 신문류 681건, 잡지및 홍보물 336건, 팸플릿 및 안내문 1천854건, 박물류 470건 등 이라고 밝힌바 있다.

 

시흥시와 시흥문화원은 '故 이한기선생 수집자료 전시회'를 지난 2002년 10월 시흥시청 국제회의장 별관에서 개최한바 있으며 경기도향토사연구협의회는 국사편찬위원회 후원으로 과천시민회관서 '근현대 지방자료와 이한기의 삶'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는 "고 이한기 선생의 자료를 어떻게 정리·보존·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자료를 소유한 '시흥시'가 중심이 되어 '이한기 향토자료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 일치를 보았으나 현재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 이한기 선생은 경기도 시흥군 출신으로 안양중학교를 다녔으며, 경찰서에 붙어있는 현상수배범 몽타주를 떼 소장할 만큼 향토사료에 열정을 지닌 분으로 쉽게 버려지는 평범한 물건들에 담긴 역사적 가치의 의미를 일치감치 알아 본 식견을 가진 분이었다.

 

그는 안양과 관련된 저서만 해도 <안양시 지명유래집>(새안양회, 1996), 논문으로 <김은부>(안양문화2, 안양문화원, 1983), <안양의 유래>(안양문화4, 안양문화원, 1985) 등을 발간했다. 현재 향토사학 연구가 미미한 안양으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2002년 1월 20일 계룡산 답사 중 운명한 고 이한기 선생이 남긴 10만여점이 넘는 문화재 가치가 있는 자료들은 과거 시흥군에 속해있던 안양시, 광명시, 과천시, 안산시, 시흥시, 의왕시, 군포시 등 7개시의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공유할 필요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09.01 20:4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향토사 #역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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