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문제를 통해 본 한국사회의 이중성, 그런 건 없었나."적어도 지금 우리는 중국에서 아이들이 '멜라민 독분유'를 먹고 죽었다는 소식에 한심한 놈들이라고 욕하지 않나. 중요한 건 정책이다. 욕만 하고 말 게 아니라 우리 정책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장관이 뇌물 먹고 구속되는 일은 없어야 하고, 기업가가 뻔뻔하게 탈세해서는 안 된다. 그래 놓고 '선진한국'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들은 '더 물증을 내놔라, 폭로해라, 명단 있으면 더 밝혀라' 온갖 재밌는 얘기들을 기대한다. 솔직히 부잣집 불구경 좀 더 하자는 거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자. 부잣집 불덩이가 내 집에 붙으면, 당장 어느 놈이 불을 질렀냐고 따질 것이다. 그런 게 참 싫다."
- 온갖 문제들이 터졌지만 결과적으로 뭐가 달라졌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역사가 퇴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삼성 문제를 집요하게 다룬다더니 결과적으로 도로아미타불 아니야? 이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실패한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사건 재판한 사람들은 떳떳할까. 혹시 정당하게 판결했다가 주류사회에서 떨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결론을 낸 것은 아닐까. 역으로 생각한다."
- 한국 사법부에 대한 불만은 없나. "검찰 내부 중간 간부들이 '우리 조직은 장래가 없다'고 자학한다는 얘길 들었다. 허무적 발언이 아니라 그 정도 위기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검사로서 명백한 중대범죄를 외면하고 있는데 바늘방석 아니겠나.
윤보선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대로 당선무효소송을 낸 바 있다. 대통령 입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5년 이상 경과해야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는데, '여순사건'으로 무기징역형 받은 사람이 어떻게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각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재판 받은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게 한국의 사법절차다. 정권장악 후 자료를 폐기했더라도 지금 자료 없으면 기각하는 게 법원이다. 사법부가 이토록 특정기업에 대해 편향적인 판결을 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법학자나 법률가들이 나는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뭐하는 분들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조선일보>는 독자를 매수해야 유지되는 신문인가"- 언론에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언론이 이리저리 삼성에 너무 엮여있는데 무슨 수로 삼성문제를 집요하게 다룰 수 있나 생각은 든다. 어쩌면 이미 모두 삼성에 포획된 건지 모른다. 그것도 아주 구조적으로. 젊은 기자들이 비분강개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있나.
<조선일보> 판촉사원들은 아파트단지에서 봉투에 현금 5만원씩 넣어 돌린다. 여러 번 봤다. 심지어 나한테도 권하더라. <조선일보>는 독자를 매수해야 유지되는 신문인가. 노골적으로 신문 보라고 봉투 내미는 사람들, 이건 코미디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이 이런 식으로 장사해서야 되겠나. 사제단 신부님들이 오죽했으면 <조선일보>를 악마적 존재라 했을까 이해가 됐다. 이 언론이 한국의 주류라는 게 한심하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재벌에게 유리한 정책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기업범죄와 친하겠다는 뜻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남아 있는 재벌의 잘못된 행동을 지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재벌정책을 보면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인다."
- 재벌정책 가운데 특히 문제삼을 만한 대목은.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보험금을 마치 지급한 것처럼 회계 처리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봤지만, 금융권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휘청거린다. 그런데 우리는 비자금을 관리해 온 문제적 금융기관에 대한 폐쇄조치는 없다. 나는 이 나라 사람들이 살아있는 건가 의심된다. 누가 얼마의 돈을 꿀꺽했나에 대해서는 열불을 내지만 정작 제도와 시스템에 대해서는 별말 없다. 재벌의 영속불변적인 시스템에는 눈 감고 있다."
"<중앙일보>, 신용훼손 운운하더니 소 취하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