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인류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제8강 개최 - 임경순(포항공대 교수)

등록 2008.10.16 17:40수정 2008.10.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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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는 10월 9일 저녁 7시 ‘2008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제8강을 개최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올바른 사회읽기’의 주제들 중 이날은 과학기술과 시민의 삶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과학 하면 일반 시민들, 특히 이공계 계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것, 혹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이 이해하고 다루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교양으로서의 과학, 과학과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위해 노력해 온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과학은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왔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인류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예화들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관해 잘 모르면서도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물론 그러한 측면이 있지만, 과학기술의 괄목할 만한 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전쟁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 졌음을 상기시켰다.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생물학과 화학, 미사일을 통제하기 위한 마이크로 프로세스 기술, 효율적인 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한 원자력 공학, 인공위성, 인터넷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그 어느 과학기술도 이러한 역사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a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학기술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 군사기술 중심으로 과학이 성장할 때는 연구재원이 주로 정부로부터 나왔으나, 냉전이 끝나고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면서, 대학과 같은 과학계는 기업의 재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주로 가장 첨단의 기술이 무엇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였는데, 최근에는 소비자, 즉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활성화 되는 과학기술의 분야가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미래는 단지 기술적 한계 뿐 아니라 사회적 추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염두에 둘 때, 미래에 과학기술인들에게는 새로운 역량이 요구된다. 첫째 분석적 사고를 넘어 사물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둘째 사물을 시각화시켜 볼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 셋째, 융합적 지식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 요건인 대화와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이미 과학기술계에서는 서로 다른 학문분야들의 지식체계가 만나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학문분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데, 이러한 논의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개별 전공학문으로 나누어져서 서로 간의 소통이 부재한 현재의 학과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의 실용성이 떨어진다 해도, 세계적으로 탁월한 수준과 독창성을 가진 분야라면 국가가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관련 분야들간의 융합과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임교수는 마지막으로 과학기술과 시민사회간의 대화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일의 학자 울리히 백의 ‘위험사회’ 개념을 소개하면서, 현대의 과학기술이 시민들의 삶, 그리고 시민사회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변모하는 것을 자주 겪고 있으며, 과학기술로 인해 이윤을 얻는 사람과 적응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사고와 피해의 책임을 정치체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압력을 줄이려 한다. 결국 어떤 과학기술을 선택하며, 그것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다.

따라서 과학과 시민사회 사이의 대화가 활성화 돼서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은 과학에 대한 이해와 그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과학은 과학기술의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에 관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지금까지 상이한 영역이라 생각되어 온 과학과 시민사회 두 분야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과 상호교류의 질서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프로그램 일정
1. 입학식 - 인문학적 성찰, 삶, 그리고 사회의 희망
2. 제2강(8월28일) - 나와 이 세대와의 대화
(김정남, 전 청와대교육문화사회 수석비서관)
3. 제3강(9월4일) - 우리는 어떻게 다스려 왔는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4. 제4강(9월11일) - 이제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하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
5. 제5강(9월18일)-보편의 눈으로 바깥세상을 읽다
(이삼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6. 제6강(9월25일)- 성찰의 샘, 문화에 발담그기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7. 제7강(10월2일) - 보는 만큼, 알게 된다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
8. 제8강(10월9일)- 과학기술은인류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임경순, 포항공과대 교수)
9. 제9강(10월16일) - 지속가능한 삶으로의 초대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10. 졸업여행 -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 ...

(문의: 02-3709-7625)
#민주시민교육 #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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