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문사 유가족들이 18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실을 찾아 항의, 면담을 요구하며 오열하다 경위들의 부축을 받으며 의무실로 옮겨지고 있다.
남소연
"의원님, 3분만 말씀드리고 갈게요. 요점만 정리해서 말씀드리려고 메모도 했습니더.""(컴퓨터 모니터를 지켜보다 뒤로 돌아서며) 업무방해로 고발하기 전에 당장 나가세요."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14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경 의문사 가족 20여명은 18일 오후 4시 국회 의원회관 414호실 신지호의원실을 기습 방문했다.
유가족들은 신 의원을 만나 위원회를 통폐합하면 남은 사건들은 영원히 미제로 남게 된다는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군 의문사위원회는 2006년 출범한 뒤 600건의 사건을 접수했으나, 이 가운데 절반 322건을 조사종결하고 현재까지 278건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의 조사를 위한 기간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신 의원은 면담을 거부했다. 보좌진을 통해 "20여명의 유가족들이 대거 사무실로 몰려왔으니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면서 대표자 4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국회 의원회관 지하 면회실로 내려가 있으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그렇게 협조하면 대표자와 면담 뒤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국회 의원회관 4층 복도에서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은 유가족들은 신 의원 측 말대로 4명의 대표자만 남긴 채 모두 지하 면회실로 내려가 방문증마저 반납했다. 국회 의원회관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해도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 의원 측은 약속을 깼다. 유가족 대표 4명이 남았지만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보좌진을 내세워 "이번 법안 발의는 그동안 흩어져있어 예산 낭비가 심각했던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군의문사위원회가 개별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유가족들은 그같은 설명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 없었다. 유가족 대표 4인은 "신 의원을 직접 만나 과거사 관련 위원회의 통폐합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신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