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야 고3이야" 복학생 정씨 '대략난감'

[복학생 리포트] 입대전 리포트 평균 7개...08년 가을 20개

등록 2008.12.12 20:27수정 2008.12.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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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을 방불케 하는 대학생들의 공부 열기.

고3을 방불케 하는 대학생들의 공부 열기. ⓒ 정채주


2008년 4월에 전역한 04학번 복학생 정씨. 2년 간의 힘겨운 군 생활을 끝내고 꿈에 그리던 사회로 복귀한 그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그가 사회와 격리된 2년 동안 대학가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하나, 둘 그는 '바뀐 현실'과 마주한다.  


"복학 첫 학기에 장학금 못타면 바보다"

대다수 복학생들의 목표는 장학금. 군대 가기 전, 방탕했던 생활을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복학생들은 결의를 다진다. 한 학기를 알바로 보낸 정씨는 9월 가을학기에 복학했다. "꼭 장학금 타야지!" 나름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는 말이다.

그런데 정씨. 무언가 좀 이상하다. 학교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학사강도가 입대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빡빡하다. 처음에는 '3학년이 되어서 그런가'고 생각했더니 그것도 아닌 듯하다. 1, 2학년들도 빡빡한 학사일정에 치이고 있다.

입대전 정씨가 한 학기에 제출했던 리포트는 평균 7개. 현재 08년 가을학기 동안 제출한 리포트는 20개이다. 정씨는 학생들이 기피하는 과목을 몇 개 듣긴 했지만, 그에겐 버거운 양이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기획하고 자료조사하고 정리하고 문장 만들어 내고... 그래도 정씨는 조모임이 하나 밖에 없어 다행이었다. 조모임이 5~6개 되는 친구들이 며칠씩 밤을 새는 것을 보며 정씨는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험기간은 체력전일 뿐이고...'   


과제에 치이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중간고사기간. 정씨는 허겁지겁 시험준비를 시작한다. 정씨가 듣는 과목은 7개. 7개 모두 시험을 본다는 말에 더욱 부담감이 몰려온다. 의도하지 않아도 잠이 줄어든다. 하루에 서너 시간, 심한 경우 한두 시간만 자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하루걸러 하루 꼴로 밤을 새, 이제는 밤새는 게 어색하지 않다.

입술이 갈라지고 입 안이 부르튼다. 도서관의 열기에, 경쟁자들의 땀방울에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진다. 계산해보니 일주일 동안 수면시간이 10시간을 조금 넘는다. 살은 4kg이나 빠졌다.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에 얼굴 들기가 민망하다.


중간고사 결과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장학금 커트라인에는 못 미치는 점수이다. 정씨는 성취감과 동시에 좌절감을 느낀다. 수능 보는 고3의 마음가짐으로 임했지만, 역시 세상은 쉽지 않다. 정씨는 고3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려는 자신의 모습에 왠지 씁쓸하다.

"상향평준화는 좋은 현상이다, 다만...."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들.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들. ⓒ 정채주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이 입시철을 맞이하여 수험생들의 수준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논술이나 면접, 영어 실력까지 모두 출중하여 '선발하기 힘들다'고도 한다. 더불어 재학생들의 실력도 근래에 들어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요새는 점수 매기기가 힘들어. 다들 너무 잘해. 예전에는 시험지에 '교수님, 제가 다음부터는..'이라는 편지를 쓰던 애들이 있어서 평가하기 쉬웠는데..."

교수는 몇 마디 덧붙인다. IMF 이후 그리고 특히 지금 학생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었다고. 그는 사회에 팽배에 있는 "경쟁의 논리"가 이 같은 현실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상향평준화는 분명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이 상향평준화를 이끌어 낸 경쟁이 분명 좋은 현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정씨는 복학 후 그가 제출한 수많은 리포트와 긴긴 밤을 지새우던 시험기간을 생각했다. 12월 초, 기말고사 기간이 얼마 안남은 걸 상기하니 다시금 한숨이 삐져나온다. 그보다 더 정씨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친구들과 경쟁자로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치열함이 영원히 지속될 거 같아 정씨는 막연한 피로감을 느낀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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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PICT0024.JPG PICT0041.JPG
#복학생 #학점 #경쟁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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