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 대낮에 도깨비불

방화자 행방 묘연한 원인 모를 불

등록 2009.02.02 11:27수정 2009.02.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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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이 불은 중구 중촌동 삼천교 옆 대전천 둔치에서 1일 오후 3시 50분쯤 일어났다. 이 불은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부소방서 소방관들에게 의해 2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현장에는 소방차 한 대, 소방관 3명, 의용소방대원 1명이 출동했다.

 

기자가 처음 (화재현장 쪽) 연기를 발견한 시간은 오후 3시 50분. 고층 아파트 사이로 피어오르는 연기로 인해 건물 화재임을 직감하고 연기 나는 쪽으로 무작정 뛰었다.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 강정민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 강정민

뛰는 와중에 기자는 생각했다. ‘만약 건물에서 난 화재라면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터라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법도 한데…’ 500쯤 뛰었을까 기자의 직감은 빗나갔다. 건물 화재가 아닌 둔치 억새풀 군락지에서 치솟고 있는 불길이었다.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 강정민

대전천 둔치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억새풀 군락지 500여 평이 불탔다. ⓒ 강정민

불길이 치솟자 새들이 놀라 황급히 달아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불길을 피해 새 한 마리가 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불길을 피해 새 한 마리가 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 강정민

불길을 피해 새 한 마리가 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 강정민

 

화재현장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 지 12분이 지나자 소방차 한 대가 도착해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소방차에서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이내 내뿜기 시작한 물줄기에 불길은 수그러들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가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가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 강정민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가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 강정민

 

“누가 고의로 불냈나요?” 넌지시 던진 질문에 한 소방관(계급, 소방장)은 “모르겠어요” 라며 짧은 답으로 대신하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소방관 3명은 약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찾아다니며 잔불 정리 장비인 갈퀴, 물뿌리개를 들고 잔불 정리에 나섰다.

 

이후 잔불 정리를 마친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떠나지 못하고 재만 남은 화재현장을 지켜보다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자 물뿌리개를 들고 황급히 뛰어가 완벽하게 진압하는 프로정신을 보였다.

 

 시 하천관리사업소 직원들이 화재현장을 살피고 있다.

시 하천관리사업소 직원들이 화재현장을 살피고 있다. ⓒ 강정민

시 하천관리사업소 직원들이 화재현장을 살피고 있다. ⓒ 강정민

 

화재현장에는 구청 직원이나 시 하천관리사업소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연기를 보고 현장으로 달려 왔다는 의용소방대원인 권평원(50대 중반으로 소개. 서구 용문동)씨는 “의용소방대원으로서 구역에 상관하지 않고 불이 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말한 뒤 “(화재현장) 교통정리, 소방차 주차 공간 확보, 잔불 정리 등을 한다”고 말했다.

 

불이 진압된 후 30여 분이 지난 뒤 기자의 연락을 받은 시 하천관리사업소 직원 3명이 현장에 찾아 왔다. 한 직원은 “방금 전에 순찰 돌았는데…”라며 “연세 드신 분들은 병충해 없앤다며 새마을운동 시절 때나 있을 법한 일(?)을 무심코 한다”고 말한 뒤 “불을 지르고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 나가 사실상 방화자를 잡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월대보름인 2월9일을 기점으로 풍습 놀이(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에 대비해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에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이 있다. 이른바 3대 하천으로 불러지고 있다. 이 하천에는 1급수에서나 사는 물고기가 살고 있어 백로, 기러기 등이 찾아 배를 채우며 놀고 산책 나 온 시민들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주는 시민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회색백로 한 마리가 대전천에 내려앉고 있다.

회색백로 한 마리가 대전천에 내려앉고 있다. ⓒ 강정민

회색백로 한 마리가 대전천에 내려앉고 있다. ⓒ 강정민

 

화재 난 현장에서 4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한 LPG주유소가 보였다.

2009.02.02 11:27ⓒ 2009 OhmyNews
#대전천도깨비불 #대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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