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80) 폭력적

― ‘폭력적인 학생들’, ‘그 공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다듬기

등록 2009.03.22 18:02수정 2009.03.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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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지나치게 폭력적인 학생들

 

.. 때때로 지나치게 폭력적인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들은 감방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았고 ..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40쪽

 

 '일부(一部)'는 '몇몇'으로 다듬고, '체포(逮捕)되어'는 '붙잡혀'나 '붙들려'로 다듬습니다.

 

 ┌ 폭력적(暴力的) :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의 방법으로 하는

 │   - 폭력적 대응 / 폭력적 방식 / 폭력적 세력 / 폭력적인 행동

 ├ 폭력(暴力) :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

 │   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 넓은 뜻으로는 무기로 억누르는 힘을 이르기도 한다

 │   - 폭력 행위 / 폭력을 가하다 / 폭력을 쓰다 / 폭력 사태가 벌어지다

 │

 ├ 지나치게 폭력적인 학생들

 │→ 지나치게 폭력을 쓰는 학생들

 │→ 지나치게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

 │→ 지나치게 사람을 괴롭히고 때리던 학생들

 │→ 지나치게 거친 학생들

 └ …

 

 "폭력을 행사(行事)한다"든지 "폭력을 사용(使用)한다" 같은 말을 곧잘 듣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폭력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궁금하곤 한데, '똑부러지게 어떤 모습'인지를 나타내는 일은 드뭅니다. 으레 '폭력'이나 '폭력적'이라는 말만 쓸 뿐, 어떻게 굴고 있는지 환히 알도록 풀어내지 않습니다. 주먹다짐이 있는지, 몽둥이찜질을 하는지, 주먹질과 발길질이 끊이지 않는지, 또는 온갖 무기를 끌어들여 괴롭히거나 억누르는지를 찬찬히 보여주지 않아요.

 

 ┌ 폭력적 대응 → 폭력 대응 / 거칠게 맞섬

 ├ 폭력적 방식 → 폭력 방식 / 거친 방식 / 주먹다짐

 ├ 폭력적 세력 → 폭력 세력 / 거친 무리 / 사나운 무리

 └ 폭력적인 행동 → 폭력 행동 / 주먹질 / 거친 짓 / 사나운 짓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주먹질 + 발길질 + 몽둥이질'을 아우른다면서 '폭력적'을 쓸 때가 한결 알맞다고 느낄 분이 틀림없이 있을 테지만, 이렇게 온갖 힘과 무기를 휘두르는 일이란, 우리를 '억누르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괴롭히는' 노릇이에요. '들볶는' 짓이며 '못살게 구는' 짓거리입니다.

 

 그나저나, "폭력 사태"와 "폭력적 사태"는 어떻게 다를까 아리송합니다. "폭력 행위"와 "폭력적 행위"는 어떻게 다를는지 알쏭달쏭합니다. "폭력 세력"과 "폭력적 세력"은 어떤 테두리에서 가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 지나치게 못된 학생들 가운데 몇몇이

 ├ 지나치게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들 가운데 얼마쯤이

 ├ 지나치게 우리를 괴롭히는 학생들 가운데 한둘쯤이

 ├ 지나치게 몹쓸 짓을 하는 거친 학생들 가운데 몇 녀석이

 └ …

 

 주먹으로 때리는 일, 손바닥으로 따귀를 갈기는 일, 발길질과 구둣발로 밟고 치고 까고 하는 일, 몽둥이로 후려치는 일과 칼부림을 하는 일 모두 몹쓸 짓이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우리 스스로 우리 몸에 깃들지 않도록 몰아낼 일입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주먹힘이나 칼힘이나 총힘 따위로 길들이거나 내리누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몹쓸 힘은 총칼과 같은 무기나 주먹과 발길을 휘두르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문명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스며들어 우리 삶터를 조금씩 잡아먹는 일 또한 몹쓸 힘입니다. 얄궂은 힘이며, 철딱서니없는 힘이며, 끔찍한 힘입니다.

 

 그리고, 나한테 더 있는 지식으로 이웃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듯 뇌까리는 말 또한 얄궂고 철딱서니없으며 끔찍한 노릇입니다. 칼을 휘둘러 칼부림이요, 총을 내갈겨 총부림이라면, 말로 우리 마음에 생채기를 입히는 짓은 말부림입니다. 글로 계급을 나누고 사람을 푸대접한다면 글부림이라 할 수 있을 테지요.

 

ㄴ. 그 공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 그건 그 공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이제는 상상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살림,2005) 5쪽

 

 "그 공간(空間)이"는 '그곳이'로 다듬고, "상상(想像)이 가기 때문"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나 "알기 때문"으로 다듬어 줍니다.

 

 ┌ 그 공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

 │→ 그곳이 얼마나 폭력이 판치는지

 │→ 그곳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 그곳이 얼마나 끔찍한지

 │→ 그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 …

 

 '폭력'이라는 말을 살려 "폭력이 판치는지"나 "폭력이 넘치는지"나 "폭력이 가득한지"나 "폭력으로 사람을 짓누르는지"처럼 풀어내 봅니다. 폭력이란 무기나 주먹이나 손발을 써서 누군가를 때리거나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거나 짓누르거나 짓밟는 모습을 가리키니, 이런 모습이나 느낌을 살리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나 "얼마나 무서운지"나 "얼마나 두려운지"나 "얼마나 끔찍한지"나 "얼마나 소름이 돋는지"나 "얼마나 아찔한지"처럼 풀어내 보기도 합니다.

 

 ┌ 그곳에 판치는 폭력이 어떠한지

 ├ 그곳에 어떤 폭력이 판치는지

 ├ 그곳에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 그곳이 사람을 얼마나 짓밟는지

 └ …

 

 판치는 폭력이니 "판치는 폭력"이라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폭력이 휘둘러지는 곳이라면, 어떤 사람이든 괴롭게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나 "사람을 얼마나 못살게 구는지"로 풀어내 보아도 어울리고, "사람을 얼마나 짓밟는지"나 "사람을 얼마나 벼랑으로 내모는지"로 풀어내 주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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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2 18:0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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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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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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