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본 현대중공업 노사의 고통 분담

울산 동구미래포럼 "노사양측 애사심 안쓰럽다"

등록 2009.04.01 09:28수정 2009.04.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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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에 올해 임금인상안을 위임한 이후 전국에서 "경제위기 동참"이라는 광풍이 불고 있다. 

 

일부 현대중공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이에 반발했다. 하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등에 업은 '경제 위기 동참' 광풍은 급기야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이 도급단가 동결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으로 이어져 비정규직의 반발 목소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19일 현대중공업 200여개 사내 협력업체 모임인 '사내 협력사협의회'는 "도급단가를 동결해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정리해고 되고 있는 비정규직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선언이다. 하지만 언론은 일제히 "대기업 사내 협력업체가 자발적으로 도급단가를 동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고 칭찬하고 나섰다.

 

a  현대중공업 전 노조위원장단이 지난 3월 14일 회사앞에서 노조의 교섭권 위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 노조위원장단이 지난 3월 14일 회사앞에서 노조의 교섭권 위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현대중공업 전 노조위원장단이 지난 3월 14일 회사앞에서 노조의 교섭권 위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지역민들 "왜 노동자만 양보를..."

 

이런 경제 위기 동참 움직임에 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울산 동구에 거주하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및 비정규직,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는 '울산 동구미래포럼'이  "왜 노동자만 양보와 희생을 해야하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동구미래포럼은 3월 31일 "지역 주민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봤다"며 <오마이뉴스>에 포럼의 의견을 전해왔다.

 

포럼은 "국내 경제도 세계적 경기침체를 피해갈 수 없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고통을 나눠야 한다는데 누구도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포럼은 "노사양측이 위기의 조짐이 보이는 회사를 살리려 고통을 분담하자는 애사심과 충정을 나름대로 높게 평가하며 결단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헤아리지만 지역민들의 분위기는 그게 아니다"고 전했다.

 

울산동구미래포럼 김원배 대표는 "노사간의 눈물어린 애사심과 충정이 있은 직후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오너인 정몽준 의원이 배당금 410억원을 수령했다는 기사를 보았다"며 "하지만 며칠이 지나서도 이 배당금으로 최대주주로서 고통분담에 나섰다는 기사는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울산 동구에 살면서 최근의 흐름을 유심히 봤다며 "현대중공업 노조가 고유의 임금교섭권을 포기하고 임금결정을 회사에 위임하고, 이에 호응해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1년치 급여를 회사에 반납하면서 '새로운 노사협력'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얻고있다"며 "하지만 나를 포함한 상당수 지역민들은 이런 노사양측의 애사심이 안쓰럽고 허탈하며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노동자가 고용보장을 기대하며 임금동결을 감내했고, 임원들까지 급여를 반납해 회사살리기에 나섰다면 대주주로서 상응하는 적극 동참이 당연하지 않나"고 반문하면서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통분담과 상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제한된 약자인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면서 대주주는 410억이라는 거액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은 노사상생과 고통을 함께나누는 자세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사실 따지고보면 배당금도 노동자와 임직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가?"고 되묻고 "거액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고통분담을 모르쇠 한다면 정치인들이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노사상생과 국민과 고통을 함께나누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노동자들만의 고통감내나 신입사원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강요되는 양보를 통한 위기극복방식이 아닌, 가진자와 여유 있는자, 사회적 강자들의 진정한 나눔과 고통분담이 진정한 의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다"면서 "이것이 유행어처럼 된 상생의 길이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4.01 09:2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교섭권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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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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