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월 5일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이에 대해 한·미·일 3국이 강력히 규탄하고 나섬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한 것은 분명 유감스러운 행동이다.
북한 역시 다른 나라들처럼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자주적이고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 및 보유를 추구해왔고, 인공위성 발사 기술이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으며, 2006년 핵실험을 단행해 중장기적으로 탄도미사일이 핵무기의 운반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미·일 3국의 과잉대응과 이에 대한 북한의 맞대응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한 '도발'로 간주하고 안보리 회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만 되어도 6자회담 불참 및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과 원상복구를 경고한 바 있다.
안보리 제재와 6자회담 재개는 양립 못해... 북한 로켓은 인공위성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과 6자회담 재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논의와 6자회담 재개가 양립할 수 있을지는 극히 미지수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6자회담 재개의 길을 틀 수 있는 현명한 대처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명한 대응의 출발점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체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점에 있다. 한·미·일 3국은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을 동일한 것으로 보고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안 1718호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 탄두가 아닌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장착했고, 1718호에는 인공위성 발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의 주장은 공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안보리에서 강도 높은 대응을 반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한·미·일 3국과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책은 두 가지를 분명히 하는 데 두어야 한다. 하나는 인공위성이든, 탄도미사일이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안이나 대북 제재를 채택하려고 하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대안은 조속히 북미 양자, 혹은 6자회담 틀 내에서 로켓 문제를 의제로 삼음으로써, "로켓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추가적인 발사를 유예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6자회담의 재개이다.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교차승인의 완성을 달성하는 것만큼, 모두에게 이익과 희망을 주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역시 대북 압박과 제재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 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미 분명해졌다.
따라서 안보리에서의 논의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우려와 유감을 표하고, 추가적인 발사 자제와 조속한 6자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의장성명이나 언론보도문 수준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거쳐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DJ 정부 '미사일 위기' 극복 지혜 참고해야
끝으로 이명박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는 남북관계를 회복불능 사태로 빠뜨릴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고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초강경 대응은 북한의 남북관계 전면 차단 조치를 야기해 북측에 체류중인 남측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남북 양측의 군사적 준비태세 강화로 군사 충돌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PSI 전면 참여를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정부는 이번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1998년 8월 북한의 '광명성 1호'(대포동 1호) 발사 직후에도 미국 내에서 북폭론과 강경한 제재론이 부상했고 일본이 미사일방어체제(MD)에 공식 참여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었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에 힘입어 '페리 프로세스'를 탄생시킨 전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을 전후해, 1990년대 후반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사례를 적극 소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는 바로 '광명성 1호(대포동 1호) 위기'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본격 가동이라는 기회로 전환한 데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미사일 위기' 극복 지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 극복과 한반도 위기 해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맞물리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실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만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만남은 10년 전에 외환위기와 미사일위기를 동시에 풀었던 김대중 정부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 대표입니다.
2009.04.05 22:1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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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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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김대중 만나야 '두 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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