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을 즐겨 신은 단 한 사람

상생을 위한 눈물젖은 희망이기를...

등록 2009.05.27 16:19수정 2009.05.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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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분향소에 다녀왔다. 이색적인 것은 국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를 셀 수 없는 노란 리본들과 담배와 종이컵 촛불과 고무신도 있었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혹은 신토불이의 삶의 철학을 가지면서, 또는 그냥 시골에 사니깐 고무신을 신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구두를 신다가 고무신을 즐겨신으며 사람마다 가슴에 꽃으로 피어난 단 한사람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떤 분은 그렇게 그 분이 가시자 마자 조기를 게양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자발적으로 조기를 게양하거나 봉고차에 봉하마을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분향소를 차리거나, 대한문 앞 분향소 가는 길이 막혀 두더쥐처럼 지하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던 전염성 강한 민들레 홀씨 같은 마음 안의 바람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기 싫은데 마지 못해 등을 떼밀린 것 같은 뒤늦은 광장공개나 국민장으로 결정하기까지의 여러 차례 보이지 않았던 밀고 당기는 물밑교섭 같은 것을 보면 너무 유치찬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자꾸 의문이 일어나게 만드는 경호처 소속 경호원의 불확실한 언행도 찜찜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진흙밭처럼 계속 깔린다하더라도 고무신을 신은 단 한 사람에 대한 기리는 마음과 그에 대한 눈물젖은 희망의 날개짓은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미적거렸던 촛불을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마음을 새롭게 열어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아마 우리가 이 땅에 사라진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더 큰 꽃들로 피어날 것이며, 때로는 영화로, 때로는 문학으로 그렇게 영구히 남을 것이다. 그렇게 역사에 희망으로 피어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 새롭게 무장한 전경들 수 천, 수 만 명을 내세워 힘의 우위에 있다고 묻는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천 이백만이 넘는 표심과 그 표심의 가족들까지 합하면 이천만, 삼천만이 되는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정국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촛불이 두려워 끄려고 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민주의 참된 충정이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싶다. 만약 그러지 않고 지난 1년 몇 달 동안 해왔던 것처럼 계속 그렇게 한다면, 아마 앞으로 남은 3년 몇 달이 누군가에게는 십 년 이십 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이고, 그러한 것을 참지 못한 어떤 폭풍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촛불에서 세상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아마 세상을 잃을 것이다. 열린 광장에서 나오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지 못하면 아마 닫힌 어둠의 광장인 불의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것은 나라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지만 그 당사자 개인에 있어서도 너무 불행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가능하면 사심없이 바보처럼 웃었던 고무신을 즐겨 신은 단 한사람처럼 그렇게 웃고 살자. 손에 쥔 것은 가급적 펴고서...그렇게 해서 서로 정치적인 응징을 주고 받는 되물림의 고리를 끊어서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주자.  

2009.05.27 16:19ⓒ 2009 OhmyNews
#애도 #노무현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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