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겹말 손질 (65) 박수 치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 662] '엄마가 박수를 치며' 다듬기

등록 2009.06.07 14:59수정 2009.06.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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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를 치다

.. 엄마가 박수를 치며 칭찬해 주자,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  《노경실-엄마 친구 아들》(어린이작가정신,2008) 56쪽


잘했다면서 북돋워 주는 일을 가리켜 '칭찬(稱讚)'이라고 합니다. 이 한자말은 워낙 익히 쓰고 있어서, 따로 다듬기보다는 그대로 둘 때가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때에 따라서 '북돋우다'나 '추켜세우다'나 '머리를 쓰다듬다'나 '엄지손가락을 들다'를 넣어 보기도 합니다.

 ┌ 박수(拍手) : 기쁨, 찬성, 환영을 나타내거나 장단을 맞추려고 두 손뼉을 마주 침
 │   - 상을 받는 사람에게 찬사와 박수가 쏟아졌다 /
 │     연사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끝나자 청중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
 ├ 엄마가 박수를 치며
 │→ 엄마가 박수를 보내며
 │→ 엄마가 손뼉을 치며
 └ …

어른책에서도 흔히 틀리고, 어린이책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자주 틀리는 겹말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박수 치다'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말투가 우리 삶에 스며들었을까 헤아리면, 다른 얄궂은 말투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모르기는 모르지만, 1800년대만 하여도, 또 1700년대만 하여도, 또 1600년대나 1500년대만 하여도 '박수 치다'라는 말은 안 쓰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때에는 어느 자리에서도 '손뼉 치다'라고 말하지 않았으랴 싶어요.

 ┌ 박수가 쏟아졌다 → 손뼉이 쏟아졌다
 └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 뜨겁게 손뼉을 쳤다

방송에서 '바른 말 고운 말'을 이야기할 때 으레 '박수 치다'를 꼬집습니다. 적잖은 분들이 방송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고는 '아하, 그렇지!' 하고는 잊지 않고자 마음을 쓴다고는 하나,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잊고는 '박수 치다'로 잘못 쓰곤 합니다.


아침모임을 하는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상을 받는 아이들한테 '박수!' 하고 외칠 뿐, '손뼉!' 하고 외치지 않습니다. 행사를 이끄는 사람들도 '박수!' 하고 욀 뿐, '손뼉!' 하고 외지 않습니다.

가끔 여쭈어 봅니다. "'박수 치다'라는 말이 잘못인 줄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 고치기 힘드신가 보지요?" 하고. 그러면 "입에 배어서 그냥 나와요. 이렇게 말하고도 못 느낍니다." 하는 소리를, 또는 "그래요? 몰랐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하지요? …… 아,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못 쓸 듯하네요. 왠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네요." 하는 이야기를 늘 듣습니다. 그래서 "님께서는 버릇이 되어서 그리 말하신다지만, 님과 같은 분들이 올바르지 않은 버릇을 고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도 올바르지 않은 말을 퍼뜨리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얄궂게 영향을 끼치실 생각입니까?" 하고, 또는 "처음부터 익숙하게 쓰는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박수'라는 낱말도 처음부터 익숙했기에 쓰게 된 낱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써 버릇하니 익숙하게 되고, 안 써 버릇하니 낯설게 됩니다. 잘못된 말임에도 자기한테 익숙하다고 하여 자꾸 쓰면, 자기 스스로도 말이 망가지고, 자기 둘레 사람들 말마저 망가뜨리는 셈이 아닙니까?" 하고 되묻습니다.


하나하나 따진다면, '박수 치다' 같은 말잘못은 아주 하찮(?)습니다. 이 말잘못 말고도 엉터리로 뒤틀어지는 말투가 몹시 많거든요. 하나하나 다 집어내자면, 꼬집자면, 건드리자면, 밑도 끝도 없습니다. 다만, 웬만한 분들은 알고 있으며, 웬만한 자리에서 꼭 나오는 '우리 말 바르게 쓰기'에서 빠지지 않는 대목인데에도 이렇게 바로잡히기 어렵고 고쳐지기 힘듭니다.

글을 쓴다고 하는 분들, 말로 밥벌이를 하는 분들, 출판사에서 책을 엮는 분들, 신문사에서 취재를 하는 분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 모두가 '자기가 쓰는 말과 글이 얼마나 알맞고 틀림이 없으며 올바른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느끼지 못하니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니 돌아보지 않으며, 돌아보지 않으니 말매무새를 가다듬지 않을 텐데요, 한 번 두 번 이냥저냥 쓰는 사이 굳어지는 말씨와 말투는, 우리 생각뿐 아니라 넋과 얼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제 겨레말을 업수이 여기는 이들한테 어떤 겨레넋이나 겨레얼이 꽃피겠습니까. 제 땅 이웃들이 널리 쓰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이들한테 어떤 겨레 문화나 겨레 삶터가 무지개빛으로 빛나겠습니까.

 ― 손뼉치다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손뼉'은 올라 있으나 '손뼉치다'는 올라 있지 않습니다. '손뼉 치다'처럼 띄어서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네, 하고 생각하다가 괜히 쓴웃음이 납니다. 이처럼 자주 틀리고 흔히 어그러지는 말투라 한다면, 국어학자 된 분들께서 더더욱 마음을 쏟아 '손뼉치다' 같은 낱말을 국어사전에 실어 놓으며, 사람들 말씀씀이를 추스르거나 북돋워야 하지 않느냐 싶어요. 우리가 바르고 알맞게 쓸 말투는 '손뼉치다'임을 보여주는 한편, 우리가 앞으로 즐겁게 나누거나 함께할 낱말은 '손뼉'임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손을 맞부딪히니 '손뼉'이고, 발을 맞부딪히면 '발뼉'입니다. 국어사전에 '발뼉'은 안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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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중복표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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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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