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는 우리 교육 망치는 확실한 보증수표"

정직 3개월 징계받은 김인봉 장수중 교장, 법원의 '징계적법' 판결에 "항소할 것"

등록 2009.06.30 13:04수정 2009.06.30 13:40
0
원고료로 응원
a  김인봉 교장

김인봉 교장 ⓒ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 ⓒ 장수중학교

지난해 10월 일제고사를 대신해 체험학습을 떠나도록 승인했다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전북 장수중학교 김인봉(55) 교장은 30일 '징계는 적법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일제고사는 우리교육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힌 김 교장은 "법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로는 다 설명이 부족할 만큼 아쉽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여운구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날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이 전라북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문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기각 사유를 모르겠다"고 밝힌 김 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혹시나'하고 기대했었는데, '역시나'로 끝났다, 우리의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김 교장은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할 수 있는 법적인 투쟁은 끝까지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판결에서 비록 졌지만, 현장체험의 법적근거는 아직도 명확히 남아 있다"면서 "재판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현장체험의 신청이 들어오면 면밀히 검토,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계속해서 현장체험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이 바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또 재판부의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저는 법리적으로도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과 하위법인 시행령을 모두 준수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독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제9조를 적용해 교육청이 징계했는데, 법원이 어떤 조항을 보고 이번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결과는 법리적으로도 납득할 수가 없지만, 각 단위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적 영향이 끼칠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정부는 시·도교육청이나 단위학교에 자율권을 넘겨주면서도 평가권과 징계권만은 꽉 틀어쥐고 있다"면서 "상당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끝으로 '일제고사'에 대해 "일제고사는 교육의 획일화와 양극화, 사교육비의 고액화, 창의성과 사고력이 아닌, 단순한 문제풀이를 하는 능력인 저급한 학력을 기르는 중대하고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일제고사는 우리교육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장은 지난해 10월 14일과 15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 이른바 일제고사 당시 장수중학교 학생 8명이 신청한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는 올해 1월 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교육청은 김 교장이 '학교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해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제9조 4항을 어겼다면서 이같이 징계했다.

 

이에 김 교장은 법원에 '정직처분 취소소송'과 '정직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올해 3월 "정직 처분이 법원 판결 이전에 집행되는 것은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미친다"고 판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었다.

2009.06.30 13:04ⓒ 2009 OhmyNews
#김인봉 #장수중 #일제고사 #체험학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