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께 기자회견에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자격검증을 위한 질의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인권인식과 감수성의 기본이라 할 것과 국가인권위의 장이라면 당면하게 될 문제 중에서 뽑았다"는 13가지 질문이 담겨 있다. 국가인권위원장의 인권감수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지인 셈이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풀어야 할 인권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인권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된 한 초등학교에서 현병철씨에게 특강을 요청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인권의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해 달라는 겁니다. 이 특강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시고 간단하게 몇 마디 해주시기 바랍니다.
2.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촛불집회에서 일어난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올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들에 대해서도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노동부장관이 제출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되려 비정규직을 확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병철씨의 의견은 무엇이며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3. YTN 노조위원장 등 언론인 구속과 관련해, 지난 4월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친 탄압병(Mad bullying disease) : 공격받는 언론 자유'라는 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언론인 구속이 개성공단 직원을 억류한 북한보다 충격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담당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 역시 YTN 노조원 구속과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기소 등을 언급하며 "최근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는 등 인권상황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병철씨의 의견은 무엇이며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4. 현병철씨는 민법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민법에는 인권의 가치와 상충되는 내용들이 꽤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습니다. 현행 민법에서 개선돼야 할 반인권 조항을 세 가지 정도 꼽아주시기 바랍니다.
5.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사회의 여러 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성차별, 연령차별, 장애차별은 관련법에 따라 국가인권위가 특별한 수임으로 안고 있는 차별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유엔인권기구 관련자가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성차별, 연령차별, 장애차별은 무엇입니까?" 현병철씨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6. 반년 가까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용산참사와 관련하여 유가족들은 검찰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도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진실을 알 권리'와 사법정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검찰의 바른 태도는 무엇이겠습니까? 덧붙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7.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는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현병철씨가 재직한 한양대학교도 인권현장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 강사들, 청소 노동자, 재학생들이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학내 인권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면 본인이 추측하는 바라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8. 한국은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가입국입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아실 줄 압니다. 이 규약에 따라 설치된 유엔자유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국가보안법 존치론의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제성호씨가 현 정권의 인권대사 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한 현병철씨의 입장은 무엇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9.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높은 철탑이나 굴뚝 위에서 위태롭게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장애인들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지요. 그런데 농성을 풀도록 만들기 위해 경비원들이 식량이나 물,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일도 잦고 경찰력을 투입해 농성자들을 끌어내는 일들도 잦습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이런 조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10. 아래와 같은 사례는 재개발이 벌어지는 동네에서 흔한 일입니다. 다음 사례에 등장한 세입자 동수네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는 무엇인지, 재개발 시 세입자에게 최소한 마련돼야 할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동수는 할머니와 초등학교 2학년 동생과 함께 셋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수의 어머니는 동수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몇 해 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전국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가끔씩 생활비를 부쳐주시지만 그걸로는 세 식구 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할머니가 근처 시장 노점에서 국수를 팔아서 세 식구가 겨우 먹고 삽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동수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재개발을 한다면서 집주인이 이달 말까까지 방을 비어달라고 합니다. 시장도 철거된다고 하고요. 동수네는 모아둔 돈도 없고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1.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 없는 사회가 열립니다." vs.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두 문장을 이용해 차이와 차별의 관계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12. 한국에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습니다. 지난해 현 정부가 두 기구를 통합하려 해 빈축을 산 일도 있습니다. 이 두 기관의 기본적인 차이를 말씀해보시길 바랍니다.
13-1.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독립성을 둘러싼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공격하는 측에서는 설립 과정에서부터 최근까지도 소속이 없다는 이유로 헌법상 삼권분립원칙에 어긋난다고 트집잡아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기구여야 할 이유는 국제인권기준에 명시돼 있습니다. 독립기구여야 할 이유와 소속 없는 국가기구가 위헌이 아닌 이유를 말씀해보시길 바랍니다.
13-2. 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인권위원회는 21% 조직 축소가 되었습니다. 조직 축소가 적절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정부가 이렇게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해도 괜찮은 건지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