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축제
토요일 대전역 광장에서는 연 3일째 날치기 처리된 미디어악법 원천무효를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이 켜졌다. 많은 시민 단체들이 서울역 광장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한 탓인지 참석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이슬비가 내렸었던 주말 집회는 민주사회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촛불 축제'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미디어 관련법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한 동영상 시청을 마칠 즈음, KTX편으로 대전에 도착한 박범계 변호사(민주당 서구 을 위원장)는 미디어 악법 날치기 처리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서울역 광장 시민들의 열기를 속보로 전해주는 한편, 투표 종료 선언 후 실시한 재투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리투표 행위로 인해 날치기 처리된 법안 자체가 원천무효일 뿐 아니라 대리투표를 실시한 당사자들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를 범한 범법자들이라고 역설하여 참석자들의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이어서 한 시민은 즉석에서 작성한 시를 통해 "이 나라에서 국민으로 사는 것이 숨 막힌다"며 MB 독재를 성토했고, 다른 한 시민의 제안에 의해 '법안 처리 원천 무효' 구호를 율동에 맞춰 함께 하였다. 이어 참석한 시민들은 손에 손을 잡고 역 광장에서 민주 회복을 열망하는 '수월래'를 연출했다. 한편 광장 밖 인근에는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광장의 시민 보다 훨씬 많은 경찰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세상을 지켜온 깨어있는 시민들..
광장에 모인 시민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대략 200여 명). 한 참석자가 발언한 것처럼 시국 문제에 불만을 가졌다고 해서 평범한 시민들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집회에 참석하는 등 행동에 나서는 일이 결코 녹록한 일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촛불을 밝혀 든 대부분 참석자들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모이지 않았다. 다만 불의와 편법. 탈법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기를 바라고, 강압과 차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길 바라고, 우리 자녀들에게 질서와 상식이 통해 누구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밝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돌아와 보니 케이블 TV에서는 MC '허참'씨가 출연한 '무르팍 도사'가 녹화 방영되고 있었다. 마침 그는 군부 독재 시절 당시 연예인들이 겪었던 일화들, 그러니까 KBS로 통합되는 TBC 마지막 프로에서 너무 울었다고 방송 출연을 제지당한 연예인이나 청와대에서 한참 공연 중인 가수가 각하의 화장실 행차 시간 동안 공연을 중단해야 했던 일 등 차마 웃어넘길 수 없었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대사를 정확하게 옮긴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정말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자유는 모든 것이 암울하던 시절 독재와 맞서 투쟁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과 피와 눈물의 대가로 누리는 소중한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 앞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시민들이 두 눈을 치켜뜨고 깨어있어야 할 때가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26 11:1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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