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8일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언론악법 원천무효·민생회복 투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일방 처리된 언론악법을 원점으로 돌려 무효화하기 위해서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남소연
미디어법 날치기가 박 전 대표에게 많은 것을 잃게 했다면, 정세균 대표에겐 기회를 주고 있다. 속담에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간다고 했다.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도 안 되는 정 대표에게 지금의 시련은 그야말로 배를 움직일 수 있는 '바람'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 정 대표에겐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럼으로써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호기다.
지난 4월 KSOI 조사에서 정 대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0.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1.2%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긍정 평가가 47.7%, 부정 평가가 40.8%였다. 이러한 수치는 과거 당 대표들에 비하면 많이 낮은 수준이다. 2006년 4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당시 정동영 의장은 37.6%로부터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41.8%였다.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할 경우, 긍정과 부정은 각각 67.8%와 22.7%였다.
대선 후 당을 이끌었던 손학규 대표의 경우 잘하고 있다가 29.1%, 잘못하고 있다가 31.1%였다.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면, 각각 47.5%와 27.9%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 대표의 리더십은 기대 이하였다. 재․보궐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1석 건지긴 했지만, 텃밭인 전주에서 2석 모두 내줬다. DJ까지 선거에 동원했다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국면을 거치면서 당의 지지도는 올라갔지만, 정 대표의 리더십은 오히려 흔들렸다. DJ가 전면에 나서고, 친노 세력이 부상했다.
여당의 미디어법 날치기를 앞두고 정 대표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여론의 반응은 좋았다. KSOI 조사에서 49.0%가 야당 대표로서 여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으로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대답은 40.3%였다. 단식은 극한 수단이다. 과연 야당 대표가 쓸 만한 카드냐 하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 정도의 여론 수치는 국민들이 정 대표의 단식농성에 제법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 대표는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았다. 일반 국민에서는 공천 불가 여론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여론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끝까지 버텼다. 상당한 모험이었다. 모험은 실패로 끝나는 듯했다. 정동영 전 장관이 신건 후보와 동반 당선되자 정 대표는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이 때 노 전 대통령 서거 국면이 터졌다. 정동영 변수는 거의 완벽하게 주변화 됐고, 정 대표는 수세에서 벗어났다.
정 대표,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아야정동영 전 장관의 모르쇠 행보도 정 대표를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사람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당선만으로 덮을 수 없는 부담이고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장관은 이런 점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사과했어야 했다. 그리고 봉하마을에 눌러앉아 상주를 자처하면서 신원했어야 했다. 지난 대선에서 MB와 맞붙었던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거칠게 투쟁했어야 했다. 단식도, 의원직 사퇴도 불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 정 대표에게 도전할만한 정치인들은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발이 무겁다. 예컨대, 손학규 전 대표는 방통위원을 잘못 인선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치열한 도전이 없다는 점도 정 대표가 누리는 행운이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모두 상황변수일 뿐이다. 그의 성패는 무엇보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정 대표는 자신의 당 대표직과 민주당을 기득권화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은 아직 총본산이 아니다. 창 밖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들어오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을 리모델링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지금의 지도부는 2선 후퇴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열패자의 요구를 온전하게 정책으로 담아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와 민주당의 침체, 이것이 지난 대선․총선을 거치면서 형성된 정치구도다. 이것이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더불어 차기경쟁 또한 오픈 레이스(open race)가 되고 있다. 새로운 대장정이 지금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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