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를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청와대 행정관이) 기금 모금을 독려한 적이 없다"며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수석이 7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 박노익 행정관은 지난 7월 31일 협회 회원사, 협회 관계자 등과 청와대 연풍문에서 회의를 열었다. 연풍문은 청와대 면회실에 마련된 회의실이다. 방송통신비서관실은 직원들이 청와대 밖에서 각종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외부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를 연풍문에서 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수석은 당시 회의 내용에 대해 "콘텐츠 투자, 가입자 확보 등과 같은 업계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그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논의됐던 기금 모금을 다시 논의했다"며 "기금 조성에 대해 회원사들과 협회 관계자들이 각각 의견을 개진하고 교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추후 협회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이어 "이후 2달이 지났지만 기금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이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박 행정관이 기금 모금을 담당했다든지 기금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연풍문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박 행정관은 그날 회의에서 기금 모금 금액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고 독려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기금 조성이 빨리 돼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회원사들은 의견이 분분해,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 행정관이 회원사들간 의견을 취합해서 협회에 전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박 행정관에 대해)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이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병헌 "비리 불감증인가? 확인감사에 박 수석, 박 행정관 증인신청하겠다"
박 수석의 브리핑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거론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사과를 하고 조치를 해도 부족할 텐데 수석이 나서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변명과 회피에 급급한 것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인규 코디마 회장이 회원사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직접 요구하다가 안되니까 청와대를 등에 업고 업계를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며 "본질이 확연한 사실을 변명하고 덮으려는 것은 김인규 회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이고 권력형 비리가 아닌가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겨레> 기사에도 박 행정관이 '기금 출연 문제를 매듭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업자들을 만났다'고 직접 말한 것으로 나온다"며 "본인도 회의의 성격을 인정한 마당에 박재완 수석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듯 말한다면 비리 불감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 협회의 기금 조달을 위해 대기업을 만나 기금을 출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라면 정경유착의 부활을 사실상 인정하고 확인한 것"이라며 "방송통신위 확인감사에서 박 수석과 박 행정관을 증인으로 추가 요청해 이 문제를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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