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개'라 부르는 서귀포시 남원 태흥리는 해안지대를 낀 마을이었다. 4코스 출발점 당케포구에서 태흥2리 해안도로까지는 5시간 20분 정도, 발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해안도로 오른쪽에는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특히 마을사람들을 위한 체육시설과 체육공원이 태흥2리 바다 앞에 조성돼 있었다. 그 앞을 지나며 바다를 들이마시며 체력을 키우는 행복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글동글 방파제, 도심사람들의 휴양지 같아
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태흥리 마을은 여러 폭의 그림을 감상한다고나 할까. 갯바위 끝에 정교하게 쌓아놓은 방파제와 그 끝에 서 있는 하얀등대, 시끌벅쩍한 도심사람들이 꿈꾸는 휴양지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었다. 동글동글 쌓아올린 방파제 길은 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또 다른 길이었다.
소나무 두 그루와 어우러진 누런 억새물결이 흐드러지게 핀 올레를 걸으며 우리는 수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 '비움이 올레의 철학이다'고 말하면서도 어쩌자고 풍경에 욕심을 부리는 건지.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의 아름다움이 태흥리 해안도로 올레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이 구하는 철새 생존경쟁에 누런 억새도 흔들
갯바위에 앉아 토산 감귤농부가 준 밀감을 간식으로 때웠다. 이때 갯바위에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철새들이었다. 양어장에서 새어 나오는 고기를 서로 먹으려 찾아온 '손님' 철새, 날개를 푸닥거리며 물속에 머리를 들이대는 철새의 생존경쟁은 치열했다. 그리고 때를 지어 날아가는 그들의 군무가 펼쳐졌다.
철새들의 날개 짓에 흔들리는 누런 억새의 흔들림은 장관이었다. 갯바위 위 5분의 휴식은 쇼를 보는 듯 하기도 했고 치열한 생존경쟁의 단면을 보는듯했다.
태흥 1리 쉼터, 풍경의 그림으로 채워
하늘 향해 치솟은 전봇대 길 따라, 삼나무 길 따라, 만추가 느껴지는 억새길 따라, 그리고 해안가에 핀 야생화 길 따라 30분 태흥1리 쉼터에 도착했다. 말만 들어도 저절로 휴식이 느껴지는 쉼터의 파란 잔디와 정자, 그리고 벌포 연대는 길손들의 가슴에 풍경의 그림으로 기억되리라.
태흥1리 쉼터에서 4코스 종점인 남원포구까지는 1.5km, 그 구간은 가장 느리게 걷는 구간이다. 이때 겨울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멀리 바닷가에 떠 있는 등대하나가 보여다. 그리고 작은 섬 하나가 바다에 둥둥 떠 있었다.
숙제를 끝낸 후련함...마음속에 '생존경쟁' 파문일어
동글동글 쌓아올린 방파제 아래 물이 빠져 나간 텅 빈 남원 해안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바다도 좋지만 갯바위만 덜렁 남은 빈 바다는 나름대로 여유가 있었다.
출발지점(당케포구)에서 6시간 20분 후, 우리는 남원포구에 도착했다. 죽음의 4코스라 부르는 23km를 걷고자 마음먹었을 때 나는 가장 어려운 숙제를 남겨 놓은 것 같았었다. 그런데 그 숙제를 하고 난 후 후련함을 아는가?
한적하리라 여겼던 남원포구는 올레꾼들을 위한 포구 같았다. 올레식당과 올레민박, 올레 택시, 포구의 공간마다 '올레'라는 마크가 붙어있으니 말이다. 올레꾼이 주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얼마나 될까?
오후 3시 50분, 남원포구에 도착한 콜택시 탔다. 백미러에 작은 어선이 보였다. 우리는 출발지점 당케포구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그 택시요금은 1만천 원. 택시의 차창밖에 긴 모가지를 한 누런 억새가 흔들거렸다. 갯바위에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그 야생화처럼, 흘러가는 바닷물에 머리를 쳐 박고 먹이 구하는 철새들처럼, 억새의 가녀린 몸짓처럼, 내 안에도 모진 '생존 경쟁의' 물결이 파문을 일었다.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4코스중 태흥 2리 해안도로-햇살좋은 쉼터-남원포구까지는 해안올레입니다.
* 제주올레 4코스 걸을 때 주의 점: 제주올레 4코스는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긴 코스입니다. 이 코스중에는 점심 해결이 어려우니 간식이나 개별 점심을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특히 우천시를 대비해 우비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중산간올레에 접어들 경우 비상시를 대비에 4코스 올레지기 연락처(018-692-9688)를 알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겨울철 올레걷기는 해가 빨리 저뭅니다. 최소한 오후 5시 이전에 걷기를 마쳐야 합니다.이정표를 볼수 없어 길을 잃을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올레 4코스 중산간올레에서 야생화나 약초를 함부로 따 먹는일이 없도록 조심하세요.
2009.11.20 14:0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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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손님', 황금억새, 생존의 파문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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