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나눔으로 훈훈한 온라인

소중한 인연은 덤으로

등록 2010.01.03 11:23수정 2010.01.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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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 화두가 된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소소한 나눔이 유행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공짜'가 서로 얼굴도 모르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 블로그 혹은 이용자들이 많은 게시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물건을 제공하면서 돈을 아예 받지 않거나 배송비 정도만 받는다.

 

회원수가 5백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의 '중고나라(cafe.naver.com/joonggonara)'카페에서는 하루에도 백 건이 넘게 무료나눔 글이 올라온다. 중고물품 카페라서 다른 게시판에서는 주로 돈을 받고 거래되는 일반 중고 판매글이 올라오지만, 무료나눔 게시판은 다르다. 종류도 소소한 먹거리부터 가전제품, 가구 등 값나가는 물품까지 다양하다. 이곳의 회원들은 나누고 싶은 물건을 올려 댓글로 회원들의 신청을 받는다. 선착순으로 정하거나 혹은 물건을 받아야 하는 이유나 사연을 보고 선정해서 당첨자를 뽑기도 한다.

 

 

a  '중고나라'카페의 무료나눔 게시판 글들. 하루에도 수백 건의 무료나눔 게시글이 올라온다.

'중고나라'카페의 무료나눔 게시판 글들. 하루에도 수백 건의 무료나눔 게시글이 올라온다. ⓒ 박예슬

'중고나라'카페의 무료나눔 게시판 글들. 하루에도 수백 건의 무료나눔 게시글이 올라온다. ⓒ 박예슬

 

영화평론가 '듀나'의 홈페이지(djuna.cine21.com)의 자유게시판(일명 '듀나게시판') 회원들끼리도 나눔을 한다. 이곳에서는 '보물찾기'라는 이름으로 조금 다르게 이뤄진다. 물건을 나누고 싶은 회원이 어딘가에 물건을 숨겨 두고, 그곳에 대한 단서를 게시판에 남기면 글을 본 다른 회원들이 단서를 토대로 물건을 찾아낸다. 보물은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다.

 

예를 들면 콘서트 티켓을 나누고 싶은 회원이 'OO동 OO문고 무슨 코너 몇번째 선반'이라는 식의 단서를 올린다. 회원들은 글을 보고 해당 선반에 있는 모든 책들을 수색하는 것이다. 보물찾기를 하는 장소는 주로 공공 사물함이나 대형 서점 등이다.

 

본래 이 방식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운영자 '듀나'가 회원들을 상대로 선물을 줄 때 사용했던 것이나 현재는 일반 회원들끼리도 종종 이뤄진다. 회원들은 선물과 함께 '찾는 재미'도 즐길 수 있어 보물찾기 게시글은 언제나 최고의 인기다.

 

개인 블로그에서도 무료나눔은 활발하다. 블로그 '이웃'들끼리 서로 무료나눔을 해 보답으로 물품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이들 나눔 중에 상당수인 것이 젊은 여성들의 화장품 무료나눔이다. 이중에는 돈을 주고 구입하려면 꽤 고가인 브랜드 화장품들도 많다. 화장품의 특성상 사용량에 비해 전체 용량이 많아 자주 남는데, 다양한 화장품을 자주 사 모아야 하는 여성들에게 나눔은 유용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는 옛말

 

나눔이 생소한 이들에게는 '그래도 '공짜'라니,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의 나눔은 정말로 '순수'한 공짜다. 간혹 나눔을 핑계로 문자 '알'이나 포인트 등을 요구하는 게시글은 엄격하게 규제된다. 대부분 유저들은 나눔의 댓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보내 주신 선물 잘 받았다'는 진심어린 감사와 '인증샷' 정도면 된다.

 

돈을 받고 팔 수도 있는데 굳이 나눔을 하는 이유는 뭘까? '중고나라' 카페에서 꾸준히 무료나눔을 하고 있는 회원 '똥따엄마'는 "중고로 물건을 팔다 보면 비싸면 비싸다고 투정, 싸면 싸다고 의심을 받아 번거로웠는데 무료나눔을 하니 편하다"며 "나눔을 하면서 좋은 언니, 동생도 생기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아이들 키우느라 집에만 있던 제게 나눔은 활력소"라고 말한다.

 

수천만, 수억을 기부했다는 기업인과 유명 인사들의 뉴스가 연일 오르내린다. 물론 이들의 선행도 훈훈하지만, 작은 것이나마 조건 없이 나누는 누리꾼들의 마음 또한 부쩍 추워진 사회에 따뜻한 불씨가 되고 있다.

2010.01.03 11:23ⓒ 2010 OhmyNews
#나눔 #기부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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