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명품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두 가지 명품 이야기와 묵묵히 살아가는 이유

등록 2010.02.10 15:46수정 2010.02.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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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가짜 명품 판매로 난리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연예인 짝퉁 명품 판매 소식을 듣고 떠오르는 '두 가지 명품'에 대한 생각이 있다.

 

1.

"저도 여잔데 명품 하나 정도는 갖고 싶어요."

 

지난 주 초, 아내와 명품 이야기를 나눴었다. 아내는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저도 여잔데 명품 하나 정도는 갖고 싶어요."

 

놀라웠다. 이런 생각 자체가 없으리라 여겼었다. 난 아내가 '사람이 명품이면 그만'이란 생각을 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이렇게 난, 아내에게 뒤통수를 맞았었다. 공교롭게 지난 주말 만난 지인도 명품 이야기를 꺼냈었다.

 

"서울 출장 중 시간이 남아, 아이 쇼핑이나 하려고 백화점에 갔어. 마침 명품 가방 세일기간이더라고. 그걸 보니 마음이 움직이데. 이참에 명품 하나 사야지 생각했지. 지가 해봐야 백만 원 안짝이겠지 했어. 그런데 가격이 몇 백이더라고."

 

그는 "저런 명품 가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지르려다 참았다"면서 "내가 세상물정 모르는 촌년 맞구나." 하고 자신을 되돌아 봤단다. 지인도 명품에는 별 관심 없는 줄 알았었다.

 

a  3년 전, 백화점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마케팅 관광 투어 장면.

3년 전, 백화점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마케팅 관광 투어 장면. ⓒ 임현철

3년 전, 백화점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마케팅 관광 투어 장면. ⓒ 임현철

2. 

젊은 VIP, 운 좋게 부모 잘 만난 복이라도 있어 다행

 

3년 전 가을, 지인의 부름을 받아 우연히 모 백화점에서 연 구매 금액 1억 원 이상 고객인 특급 VIP(명품 인간?)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관광투어에 참여하게 됐다. 여기에서 행사에 대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범선으로 섬을 돌면서 해넘이를 감상하고, 선상에서 우아한 저녁 파티를 여는 이벤트였다. 요리는 서울의 특급 요리사가 만든 것을 대령했다. 게다가 갑판에는 클래식 연주자와 남녀 성악가까지 동원한 무대가 마련되었다.

 

이날 참여한 특급 VIP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일부 젊은 사람을 보니 의구심이 들었다.

 

"저렇게 젊은 사람이 어떻게 1억 원이 넘게 물건을 살 수 있었을까?"

 

지금도 난, 가끔 그때를 회상한다. 젊은이들을 보며 '운 좋게 부모 잘 만난 복이라도 있어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이는 정직한 노력의 대가를 가지고 소비했는가를 따진 것이었다. 이것이 그들을 향한 시샘이었을까?

 

3.

난 '인간 명품'일까? 그래서 묵묵히 살아가는 것

 

짝퉁 명품을 판매한 연예인 3명 등 200여명이 상표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시대의 치부요, 자화상이었다. 예서 곱씹을 게 있다. 명품? 그래 좋다. 하지만 제대로 해라는 한다.

 

자신도 여자라며 명품 하나 정도는 갖고 싶다던 아내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란 말은 하지 않았다. 이게 내 삶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라 해도 좋다. 명품을 가진다고 그 사람까지 명품 될까?

 

또한 젊은 나이에 한 군데 백화점에서 1억 원이 넘게 물건을 구입한 VIP들이 부모 잘 만난 복으로 그랬거니 치부하고 싶지 않다. 단지 자신이 땀 흘려 소중하게 번 돈으로 그랬길 바랄 뿐이다. 우리의 꿈과 희망은 소중하니까.

 

그런데 난 '인간 명품'일까? 어림없다. 그래서 묵묵히 살아가는 것….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2010.02.10 15:46ⓒ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짝퉁 명품 #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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