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서 먹는 오뎅 맛 죽여줘요!

[제주올레 6코스 ⑦] 남성리 마을회관-삼거리-삼매봉 걷기

등록 2010.02.11 16:28수정 2010.02.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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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레길 오뎅 국물막 죽여주는 오뎅맛

올레길 오뎅 국물막 죽여주는 오뎅맛 ⓒ 김강임


소소깍에서 서귀포 생태공원까지는 11km,, 3시간 20분을 걸었다. 남성리 마을회관과 삼거리를 지나니 삼매봉 봉우리가 보였다.

오후 2시가 넘으니 배에 허기가 졌다. 길을 걸으며 먹었던 비스킷과 빵, 그리고 커피는 열량이 부족했나 보다. 남성리 마을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으나 눈에 들어오는 식당이 없었다.


그 허기진 배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이 유혹했다. 겨울철에 먹는 오뎅 맛, 겨울이면 으례 동네 모퉁이 오뎅집이 단골이다. 그러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우리 오뎅 먹고 갑시다!"

평소 오뎅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인지라 나는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지 뭐!"

그때 하얀 우비를 입은 젊은 올레꾼 남자가 5m 뒤에서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 '다리를 다친 것일까, 아니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긴 것일까?' 그 궁금함은 어느 작은 쌀집 오뎅집에서 풀 수 있었다.


a 슈퍼 오뎅 올레꾼들을 환영한다는 오뎅집

슈퍼 오뎅 올레꾼들을 환영한다는 오뎅집 ⓒ 김강임


'풍천쌀집'은 마을의 작은 슈퍼마겟이라고나 할까. 올레 6코스에 접해 있는 곳이다. 쌀을 비롯해서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아줌마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오뎅을 팔고 있었다. 허름한 쌀집의 좁은 공간에 탁자와 의자 서너개를 놓고 오뎅집을 차린 것이다. 

난 앗-싸! 하며 오뎅집으로 들어갔다. 아줌마는 물어보지도 않고 큼직한 국자로 종이컵에 오뎅 국물부터 건내준다.


"어서 국물부터 먹어 봅써!"

a 올레길 오뎅집 올레길 오뎅집

올레길 오뎅집 올레길 오뎅집 ⓒ 김강임


아줌마는 묻지도 않고 왜 국물부터 퍼 주는 것일까? 매콤하면서도 따끈한 오뎅 국물 맛.

"아줌마, 오뎅 주세요!"

비로소 오뎅 국물을 후루룩-마신 뒤, 오뎅을 주문했다.

"비가 와서 추웠지-예?"

쌀집 아줌마는 오뎅을 파는 일보다 빗길을 걸어온 우리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동그란 탁자에 놓인 오뎅을 간장에 툭-적시고는 여지없이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담백하면서도 게운한 오뎅 맛을 음미했다.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서 먹어도 맛이 끝내주는 오뎅 맛은 한마디로 죽여줬다.

드디어 5m 뒤에서 걸어왔던 젊은 올레꾼 남자가 들어왔다. 젊은 올레꾼 남자는 쌀집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신발부터 벗었다. 그리고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어제 4코스를 걸었더니 발에 물집에 생겨서..."

아줌마는 젊은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따끈한 오뎅 국물을 들이댄다.

"우선, 오뎅 국물부터 먹고 쉬엉갑써 게!"

a 올레길 오뎅집 올레길 오뎅집

올레길 오뎅집 올레길 오뎅집 ⓒ 김강임


젊은 올레꾼 남자와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오뎅보다 맛있는 올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줌마가 내뱉은 말은 오뎅 국물보다 더 진하고 따뜻했다.

"나도 쌀 파는 것보다도 오뎅 파는 게 더 재미 있수다. 올레꾼들과 올레 얘기 나누당 보면 하루 해가 금방 감수다!"

올레길에서 먹는 오뎅 맛, 그 맛은 서귀의 풍경은 물론, 쌀집 아줌마의 훈훈함, 그리고 젊은 올레꾼 남자의 발바닥 물집 아픔까지 모두 마실 수 있었다. 그가 파는 것은 오뎅이 아니라 마음을 파는 것이었으니까.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6코스는 쇠소깍에서 소금막-제지기오름-보목항구-구두미포구-서귀포보목하수처리장-서귀포 칼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화백거주지-솔동산 사거리-천지연기정길-서귀포생태공원-남성리마을회관앞 공원-남성리 삼거리-삼매봉-찻집솔빛바다로 15km이다. 4시간정도가 소요됐다


덧붙이는 글 제주올레 6코스는 쇠소깍에서 소금막-제지기오름-보목항구-구두미포구-서귀포보목하수처리장-서귀포 칼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화백거주지-솔동산 사거리-천지연기정길-서귀포생태공원-남성리마을회관앞 공원-남성리 삼거리-삼매봉-찻집솔빛바다로 15km이다. 4시간정도가 소요됐다
#올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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