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내집단희생지에서 피학살자의 유해로 보이는 드러난 두개골. 현장에서 유골훼손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전동구청이 진실화해위원회가 지원하는 안내판 설치사업마저 외면해 비난을 사고 있다.
심규상
대전 동구청(구청장 이장우)이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수천 명이 희생된 민간인집단희생지(동구 낭월동)의 현장훼손 방지를 위한 안내판 설치를 또 다시 외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전국 주요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지의 현장 및 유해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에 '집단희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안내판 설치를 희망할 경우 설치비 등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전동구청은 수천여 명의 희생된 대전산내집단희생지에 대한 안내판 설치신청 마감 시한인 지난 10일까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대전동구청이 사업신청을 해올 경우 희생지 범위가 넓은 점을 들어 2개의 안내판을 설치할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안내판 설치에 대해 현장에 들어서 있는 교회 등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지가하락 등 부정적 여론이 많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유가족들의 고충은 알겠지만 유가족들의 입장만 고려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구청장께서도 (안내판 설치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청의 외면은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시한이 올해로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한 안내판 설치가 불가능해 진 것을 의미한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해에도 "현지 지역주민들의 정서 및 여론이 부정적"이라며 안내판 설치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내집단희생지의 경우 인근에 주택이 2∼3채뿐이다. 또 7∼8곳에 이르는 집단희생지 대부분이 도로변또는 야산 등에 위치해 있다. 암매장지 범위가 넓어 주민들의 민원을 피해 안내판을 설치할 곳도 많은 편이다. 특히 산내집단희생지 주변에서는 희생자 유해가 드러나 삭아 없어지는 등 현장은 물론 유골훼손이 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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