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영대가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으로 간지 2달 보름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썩 잘하는 우등생은 결코 아닌, 낯모른 사람 앞에서면 겸양적어서 그저 웃기만 하는 소극적 고등학교 2학년의 아이가 홀로 미국의 중서부에 뚝 떨어져 그곳의 호스트패밀리와 가족의 일원으로, 인구 3천 명의 작은 읍내에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혹 보내오는 메일과 사진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고, 집에서는 가족들과 낚시와 사냥을 즐기고, 지역사회에서는 축제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그곳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한국적이었던 고등학교 2학년의 아이가 평원 가운데의 작은 읍네 헤이즌의 11학년 학생으로 이렇듯 낯선 환경에 소프트 랜딩soft landing할 수 있는 요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는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싶습니다. 그곳의 형제들과 부모, 교장선생님과 학과선생님들은 언어소통도 자유롭지 못한 동양의 외톨박이 아이를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사랑을 쏟았습니다. 영대는 자신이 충분히 그 사랑 속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지요.
미국캘리포이아에 계신 '봄핀'선생님은 그 사실을 관련글의 덧글로 정확하게 적시해주셨습니다.
"영대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알고 있겠지요? 삶을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저토록 많은 이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은 것도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가슴 벅차게 안아보는 것 모두가 영대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입니다. 미국으로 와서 정착하지 못하고 신분문제나 외톨이로 방황하는 많은 청소년들을 보면 이국땅으로 유학을 보낼 때는 부모와 이웃의 이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아이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존재감을 확인하는 아이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잘할 수 있지요.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재산목록 1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시스템입니다. 미국 국무성 교육문화부에서 주관하는 이 교환학생프로그램은 각 나라에서 해당학생의 선발과 관리를 철저하게 매뉴얼화된 시스템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성 교육문화부에서 위임한 CSIET(The Council on Standards for International Educational Travel 미국 공립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감독 기관)가 있고 이 기관에 가입된 비영리기관에서 미국 내 자원봉사 호스트가정을 선정하고, 각국의 지역 에이전트들과의 협약으로 해당학생을 선발합니다. 비영리기관에서 학생들이 미국으로 온 뒤에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학교와 호스트가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들을 조율하게 됩니다.
이 관리시스템에서 교환학생과 가장 가까이 있는 관리자가 그 비영리기관에 소속된 지역코디네이터입니다. 이 지역대표가 교환학생의 실질적인 최후 후견인guardian입니다. 법적인 친권親權를 갖지 않은 호스트패밀리와의 갈등과 학교에서의 부적응, 동료들과의 다툼 등 모든 트러블의 최종해결사이면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의 친교를 돕고 교환학생제도의 최종목표인 각기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나라와 인종간의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합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지구촌 삶의 기본이니까요.
영대가 불안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영대를 담당한 비영리기관인 ASSE의 Hazen지역대표인 Dee Madche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그 지역의 소개와 출국 전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적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며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 지, 이질적인 문화에서 예상되는 문화충격, 예상되는 갈등과 해결방법,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는 충고 등 교환학생에 대한 총체적인 안내가 따뜻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담겨있었습니다. 또한 그 메일을 통해 수십년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면서 구축된 그 관리시스템에 대해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가 원만한 인격의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 기능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부조扶助와 노력을 거름 삼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입니다.
Dee Madche선생님이 보내주신 이메일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아직 대면하지도 않은 한 동양아이에게 이토록 자상하고도 세밀하고, 그리고 현명하게 길을 안내하고자하는 그 진정성이 읽혔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는 그 부모의 노력으로만 성인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Dee Madche선생님의 메일을 통해서 세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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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SE의 Hazen지역대표 Dee Madche ⓒ 이안수
▲ ASSE의 Hazen지역대표 Dee Mad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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