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눈물 나게 한 미국 아주머니의 편지

한 아이의 성숙은 사회 구성원의 부조의 결과이다

등록 2010.11.07 16:45수정 2010.11.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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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영대가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으로 간지 2달 보름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썩 잘하는 우등생은 결코 아닌, 낯모른 사람 앞에서면 겸양적어서 그저 웃기만 하는 소극적 고등학교 2학년의 아이가 홀로 미국의 중서부에 뚝 떨어져 그곳의 호스트패밀리와 가족의 일원으로, 인구 3천 명의 작은 읍내에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혹 보내오는 메일과 사진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고, 집에서는 가족들과 낚시와 사냥을 즐기고, 지역사회에서는 축제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그곳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한국적이었던 고등학교 2학년의 아이가 평원 가운데의 작은 읍네 헤이즌의 11학년  학생으로 이렇듯 낯선 환경에 소프트 랜딩soft landing할 수 있는 요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는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싶습니다. 그곳의 형제들과 부모, 교장선생님과 학과선생님들은 언어소통도 자유롭지 못한 동양의 외톨박이 아이를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사랑을 쏟았습니다. 영대는 자신이 충분히 그 사랑 속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지요.

 

미국캘리포이아에 계신 '봄핀'선생님은 그 사실을 관련글의 덧글로 정확하게 적시해주셨습니다.

 

"영대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알고 있겠지요? 삶을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저토록 많은 이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은 것도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가슴 벅차게 안아보는 것 모두가 영대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입니다. 미국으로 와서 정착하지 못하고 신분문제나 외톨이로 방황하는 많은 청소년들을 보면 이국땅으로 유학을 보낼 때는 부모와 이웃의 이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아이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존재감을 확인하는 아이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잘할 수 있지요.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재산목록 1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시스템입니다. 미국 국무성 교육문화부에서 주관하는 이 교환학생프로그램은 각 나라에서 해당학생의 선발과 관리를 철저하게 매뉴얼화된 시스템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성 교육문화부에서 위임한 CSIET(The Council on Standards for International Educational Travel 미국 공립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감독 기관)가 있고 이 기관에 가입된 비영리기관에서 미국 내 자원봉사 호스트가정을 선정하고, 각국의 지역 에이전트들과의 협약으로 해당학생을 선발합니다. 비영리기관에서 학생들이 미국으로 온 뒤에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학교와 호스트가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들을 조율하게 됩니다.

 

이 관리시스템에서 교환학생과 가장 가까이 있는 관리자가 그 비영리기관에 소속된 지역코디네이터입니다. 이 지역대표가 교환학생의 실질적인 최후 후견인guardian입니다. 법적인 친권親權를 갖지 않은 호스트패밀리와의 갈등과 학교에서의 부적응, 동료들과의 다툼 등 모든 트러블의 최종해결사이면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의 친교를 돕고 교환학생제도의 최종목표인 각기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나라와 인종간의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합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지구촌 삶의 기본이니까요.

 

영대가 불안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영대를 담당한 비영리기관인 ASSE의 Hazen지역대표인 Dee Madche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그 지역의 소개와 출국 전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적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며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 지, 이질적인 문화에서 예상되는 문화충격, 예상되는 갈등과 해결방법,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는 충고 등 교환학생에 대한 총체적인 안내가 따뜻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담겨있었습니다. 또한 그 메일을 통해 수십년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면서 구축된 그 관리시스템에 대해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가 원만한 인격의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 기능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부조扶助와 노력을 거름 삼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입니다.

 

Dee Madche선생님이 보내주신 이메일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아직 대면하지도 않은 한 동양아이에게 이토록 자상하고도 세밀하고, 그리고 현명하게 길을 안내하고자하는 그 진정성이 읽혔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는 그 부모의 노력으로만 성인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Dee Madche선생님의 메일을 통해서 세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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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a  ASSE의 Hazen지역대표 Dee Madche

ASSE의 Hazen지역대표 Dee Madche ⓒ 이안수

ASSE의 Hazen지역대표 Dee Madche ⓒ 이안수

 

From: "DEE MADCHE"

To: withbuddy@naver.com

Sent: 10-08-02(월) 10:55:53

Subject: Welcome

 

안녕하세요 영대군,

 

저는 Dee Madche라고 합니다. 저는 노스다코타, 헤이즌에 살고 있는 미국 ASSE의 지역대표입니다.

 

영대군이 다른 언어를 익히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려고 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노스다코타는 사계절이 있습니다. 8월에 도착하면 여긴 여름일 테고, 낮 동안은 굉장히 덥지만 저녁에는 꽤 서늘합니다. 반바지나, 수영복을 입을 수도 있겠지요. 9월이 되면 가을이 되고, 날씨가 점점 서늘해 져요. 얇은 재킷을 입어야 되겠죠. 11월이 되면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어쩜 눈이 올수도 있어요. 그리고 12월부터 4월까지는 눈이 온답니다. 따듯한 겨울 코트와, 장갑, 모자가 필요할 거예요. 특히 코트 같은 옷은 가방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여기서 살 수도 있을 거예요. Arlen이 영대군이 입을 수 있는 자기한테 작은 옷 같은 게 있을 거예요. 그래서 조언을 드릴게요, 올 때 여분의 여행 가방을 가져오세요. 여기 있을 동안 몸집이 클 거예요(대부분의 학생들이 몇 킬로그램씩 몸무게가 는답니다). 그러니까 여기있는동안 옷을 사야 할 거에요. 서유럽과 아시아 보다는 가격이 제법 싸요.

 

노스다코타에서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활동도 있어요. 학교에서 축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테니스, 골프, 수영, 달리기, 농구, 체조 등등 많은 스포츠를 할 수 있어요. 또한 드라마, 밴드, 합창, 토론, 예술, 체스, 글쓰기 같은 활동을 하는 동아리도 있어요. 특정한 활동을 하고 싶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호스트 가족에게 물어보세요. 그분들이 학교에 여쭤볼 수 있을 거에요. 학교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대부분의 친구들을 사귈 거예요.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건 쇼핑, 공원가기, 영화, 아이스 스케이팅, 페인트볼(서로에게 페인트가 든 탄환을 쏘는 게임), 콘서트가기, 집에서 파티하기 등이 있을 거예요. 주중에도 많은 교회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여러 활동이 준비되어 있어요. 그리고 노스다코타에는 대중 교통수단이 없답니다. 기차, 버스가 없어요. 다 운전하면서 다니죠. ASSE도 연중에 활동들이 있어요. 하지만 다른 교환학생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는 안 돼요. 영대군이 여기에 영어를 배우고, 미국 문화를 경험하려고 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무엇이 다르다고, 그것이 틀린 건 아니에요.

 

미국에 오면 문화충격을 받게 될 거에요. 이건 정상이에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달라 보이죠. 모든 것이 달라 보이고, 냄새도 다르고, 소리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맛도 다르죠. 사람들의 행동도 다를 거예요. 아마 다 비판하고 싶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무엇이 다르다고, 그것이 틀린 건 아니에요. 새로운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도 기억해보세요. 한편으로 이 새로운 문화가 다 좋아 보일 수도 있어요. 이 기간을 '허니문 기간' 이라고 불려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호스트가족과 새로운 문화가 더 편해질 거예요. 그러나 허니문 기간은 끝나게 되어있고 그때부터는 짙은 향수병이 찾아올 수 있어요. 집에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실망도 하고, 비판도 하게 될 거예요. 이 감정들도 다 문화충격중 하나에요.

 

미국의 호스트가족들은 모국의 혈육을 나눈 가족들과 굉장히 다를 거예요. 풍습, 믿음, 습관, 관심사들도 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비평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에 대해서 더 배우려고 노력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호스트 가족도 영대군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할 거예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한국의 가족들과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세요. 무엇보다 호스트 가족은 영대군을 자신의 집에 1년 동안 지내게 할 만큼 굉장히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있어요. 그들의 방식을 따르고, 도울 수 있는 한 최대한 그들을 도와주세요.

 

갈등도 나쁜 것만은 아니예요. 갈등을 통해서 타인과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도 있어요.

 

처음 한 달 동안,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최대한 적게 연락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당연히  부모님께 미국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는 해야겠죠. 하지만 한국의 친구들 및 가족과 더 자주 연락할수록 미국 문화와 호스트 가족에 적응하기는 더 어려워져요. 1년 동안, 한 달에 한번 이상 전화는 하지 마세요. 편지를 쓰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엽서를 붙일 수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이메일을 보내지는 마세요. 아마 이 규칙이 엄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연락을 제한할수록 여기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답니다. 절 믿어보세요.

 

어떤 부분에선, 호스트 가족이랑 갈등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정상이에요. 갈등은 인생의 자연스런 부분이에요, 특히나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일 때는 더욱 그렇죠. 갈등은 건전한 것이 될 수도 있어요, 갈등을 통해서 타인과 스스로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중요한건 이점이에요. 바로 그 문제점에 대해 호스트가족과 대화하는 것. 문제를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려하지 마세요. 그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지마세요. 저에게도……. 제일 먼저 호스트패밀리와 얘기를 나누세요.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저와는 어떤 문제든지, 어느 때고 얘기할 수 있어요. 영대군 얘기를 귀담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을 약속할게요. 하지만 영대군의 문제를 제가 해결할 거라곤 기대하지 마세요. 이건 제 목표가 아니에요, 제 목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많은 문제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어른스럽게 이런 문제들을 맞설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해요. 올 1년 동안 다른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느낀 경험들이, 영대의 미래에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이 될 거에요.

 

마지막으로 왜 여기에 와있는지 절대 잊어버려선 안 돼요. 영대군은 여기에 다른 나라의 사람, 문화, 언어를 배우려고 왔어요. 아마 자기 자신의 다른 목표도 있겠죠. 저는 무엇보다도 영대군이 어른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시간도 많이 있겠죠. 또한 멋진 시간들도 있을 거예요. 이러한 모든 경험들이 영대군을 더 멋지고, 성숙한 세계의 시민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곧 봐요.

Dee Madche

 

추신_제 집전화와 핸드폰 번호 및 애완견 '버디'의 사진을 함께 보내요.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호페이지 www.motif.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미국교환학생 #노스다코타 #DEE MAD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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