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령 도로
유혜준
구룡령 정상에서 갈천 마을로 내려가는 2차선 포장도로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그건 힘들이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사도 생각보다 완만하다. 길은 구불거리면서 산허리를 감돌며 이어진다. 가파른 산을 깎아 길을 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길을 걸으면 꼭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도로는 대부분 군인들이 길을 냈다, 고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이 도로, 자동차의 통행이 무척이나 드물다. 이따금 잊힐 만하면 차량 한 대가 양양 방향에서 올라오거나 홍천 방향에서 내려간다. 길옆으로 눈은 잔뜩 쌓여 있고, 칼바람이 불지만 햇볕은 따뜻했다.
눈 덮인 산이 앞을 가로막듯이 펼쳐져 있다. 참 이상도 하지. 눈이 덮인 산에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걸 보면 가슴이 설렌다. 심장 박동도 빨라지고, 더불어 호흡도 가빠진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걸음을 멈추고 먼 산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참 좋다, 는 감탄사는 입안으로 삼켰다. 감탄을 남발하는 건 식상하지.
굽이치는 고갯길을 천천히 내려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무리지어 나타나 내 시야를 가로막는다. 어머나, 하면서 놀랐다. 몸에 쫙 달라붙는 운동복을 차려입은 처자들이다. 죄다 사이클을 타고 있고, 그 뒤에 승합차 한 대가 바싹 붙어 따라오고 있다. 사이클 선수들이 훈련 중인가 보다. 앳된 얼굴로 보아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구룡령 정상까지 사이클을 타고 오르려면 엄청나게 힘이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