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대 가는 길
유혜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기온이 뚝 떨어져 얇은 방풍 웃옷에 오리털 점퍼에 바람막이 점퍼까지 끼어 입고도 덜덜 떨어야 했다. 일교차가 예상보다 심했던 것이다.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구나. 오리털 점퍼가 없었다면 꽁꽁 얼어붙었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양양 읍내에 도착했을 때는 따끈한 국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 방에 추위를 확 풀어줄 수 있는 얼큰하면서 따끈한 국물 음식이라면 짬뽕밖에 더 있겠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음식점으로 들어가 짬뽕을 주문했다. 이 짬뽕, 맛은 그저 그랬는데 국물 하나는 기가 막히게 뜨끈했다. 온몸을 감싸고 있던 한기가 일시에 확 풀릴 정도로. 덕분에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을 때, 내 볼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거나하게 막걸리를 마신 사람처럼.
저녁을 먹었으니 어딘가로 들어가 짐을 풀어놓을 차례다. 시외버스터미널 근처를 배회하면서 숙소를 물색했다. 가장 건물이 크고 그럴싸해 뵈는 모텔로 가려다가 주춤했다. 룸이 있는 술집 간판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텔이나 여관의 지하나 1층에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술집이나 노래방이 있으면, 잠자기가 참으로 괴롭다. 아래층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가 방 전체까지 울려 단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그런 경우를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다. 새벽까지 방바닥이 울려서 잠이 들기는커녕 누웠다가 벌떡벌떡 일어난 적도 몇 번인가 있다. 그런 경우, 침대방이거나 온돌방이거나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래서 그곳은 제외, 터미널에 가까운 3층짜리 건물에 있는 모텔로 들어갔다. 1층에는 식당과 분식점이 있는 건물이다. 숙박비가 예상보다 싸다 했더니, 시설이 기대 이하다. 특히 욕실이 좁고 옹색하다. 욕조가 없고, 세면대가 유아용처럼 작다. 그래도 씻는 데 지장이 없으니, 패스. 여기도 별 세 개,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숙박비가 싼 것을 감안해서 별을 매긴다. 물론 순전히 내 입장에서다.
방은 따뜻했고 더운물도 틀자마자 펑펑 쏟아지니 이 정도면 만족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보다 못한 숙박시설을 만날 때도 잦다. 산장에서도 자고, 대피소에서 자봤는데 어딘들 못 자겠나. 숙박시설을 탓하다가는 여행을 망치기 십상이다. 어차피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했다. 그거 싫으면 집에 콕 처박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