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호떡, 먹어는 보셨는교

1박2일로 떠난 부산여행. 볼 것은 참 많은데...

등록 2011.06.10 09:13수정 2011.06.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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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태종대에서 바라본 바다.
부산 태종대에서 바라본 바다.전용호

부산 도로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네

부산으로 향한다. 넓은 바다가 보고 싶다. 얼마 전 개장했다는 해운대에 발을 담그고 싶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다. 대도시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다운 해양도시다. 이것저것 볼 것도 많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1박2일로 여행을 떠난다.


부산에 가면 어디를 먼저 갈까? 미리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금정사, 태종대, 자갈치시장, 해운대, 해동용궁사는 둘러 보아야 할 것 같다. 갈 곳이 정해지면 순서도 중요하다. 가야할 장소와 시간이 잘 맞아야 제대로 보고 즐길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막 빠져나온 지금은 햇살이 따가운 정오 무렵이다. 그러면 해변으로 가는 게 제격이다. 금정사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해운대로 길을 잡는다. 부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답지 않게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 낯선 길을 가는 것도 있겠지만 해운대로 가는 길은 차가 너무 밀린다.

벌써 두 시간 동안 도로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 남은거리 4.2㎞. 이 정도 속도라면 앞으로도 한참을 가야겠다. 해운대는 나중에 들르기로 하고 자갈치시장부터 구경해야겠다. 광안대교 앞에서 차를 돌린다. 자갈치시장 가는 길도 역시 막힌다. 연휴기간 중이라 항구도시인 부산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 것 같다.

보는 맛과 먹는 맛이 어우러진 자갈치시장

자갈치시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좁은 길에 시내버스까지 다니다 보니 혼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버스는 넓은 길로 다녀도 될 것 같은데 좁은 길로 다닌다. 가까운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유료주차장이다. 시간당 3000원. 좁은 도심에 주차공간이 없다보니 별 수 없다.


 부산의 대표 명소 자갈치시장
부산의 대표 명소 자갈치시장전용호

 우리나라 최대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
우리나라 최대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전용호

자갈치시장으로 들어선다. 말로만 듣던 우리나라 최대 수산물시장이다. 정말 북적거린다. 좁은 골목길 양 편으로 가게들이 들어섰고, 많은 사람들이 좁은 시장 골목을 걸어간다. 같이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군데군데 생선을 사는 사람들도 보이고, 생선을 파는 사람들도 활기가 넘친다.

고등어, 칼치, 상어고기도 있고, 생선을 말린 것도 판다. 시장구경은 항상 흥겹다. 보는 즐거움도 있고, 먹는 즐거움도 있다. 생선구이 고소한 맛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선다. 곰장어구이도 시키고, 생선구이도 시킨다. 야채와 버무린 곰장어구이는 씹히는 게 부드러운 것이 맛이 좋다. 생선구이는 기름에 구워 조금 느끼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이 곳 아니면 "승기 호떡"을 어떻게 먹겠니?

자갈치시장 길 건너편으로 영화의 거리가 있다. 영화의 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조성한 거리다. 길바닥에는 손바닥을 새긴 동판이 군데군데 놓여있다. 동판 손바닥이 누구 것인지 확인하면서 걷는다.

영화의 거리에도 길거리음식이 즐비하다. 떡볶이, 어묵, 호떡 등등. 많은 사람들이 가판에 줄지어 있다. 그중 유독 줄이 긴 포장마차가 보인다. 궁금해서 가까이 가니 '1박2일 승기 호떡'이란 이름이 붙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호떡이란다. 일명 씨앗호떡. 호떡을 구워서 가운데를 가르고, 그 안에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을 넣어서 만든 호떡이다.

 부산 영화의거리
부산 영화의거리전용호

 "승기 호떡"이 되버린 씨앗을 넣은 찹쌀호떡
"승기 호떡"이 되버린 씨앗을 넣은 찹쌀호떡전용호

긴 줄을 보고 고민을 한다. 먹고는 싶은데,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돌아서서 간다. 가다 보니 이곳 아니면 어디서 맛보겠는가 싶다. 줄 끝에 서서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서 호떡 하나를 손에 쥐었다. 맛이 독특하다. 씨앗의 고소함과 씹히는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영화 <해운대>의 느낌이 살아나는 광안대교

영도에서 아침을 맞는다. 부산 대표 명소 태종대로 향한다. 태종 무열왕과 관련이 있다는 곳. 바다 경치가 좋다는 곳.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산책로는 상당히 길다. 차가 다니는 도로다. 바다를 보면서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전망대를 지나고 영도등대도 들른다. 영도등대에서는 대마도도 보인다는데, 해무가 끼어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긴 산책로를 걷다보니 지친다. 태종대는 유명세만큼 감동은 없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니 입구 상가마다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참 고민이다. 음식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사람에 끌려 들어가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해운대로 향한다. 광안대교를 건너면서 애들에게 <해운대> 영화에서 나오는 한 장면을 이야기 해주니 애들이 무척 좋아한다.

"컨테이너가 다리위로 떨어지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하던 다리가 바로 이 다리야."

애들이 해운대를 가고 싶었던 이유도 영화 <해운대> 때문이기도 하다. 지진해일이 밀려오는 장면이 연상되는 해운대를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을 거다. 이른 시간인지 차는 밀리지 않는다. 해운대로 가기 전에 동백섬을 먼저 들를 생각이다. 여기도 주차전쟁이다. 무료주차장이 있지만 긴 줄에 포기하고 유료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주차비가 비싸다고 했더니 이곳은 다 그렇다고 한다.

빌딩 숲과 함께 있는 해변은 이곳 해운대만의 자랑

동백섬을 걸어 들어간다. 동백섬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APEC정상회의를 한 누리마루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고층 빌딩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다. 아름다운 도시다.

 동백섬 누리마루
동백섬 누리마루전용호

누리마루와 광안대교가 어울리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누리마루는 문이 닫혔다. 오늘은 휴관일이란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은 시설물 안전점검 때문에 문을 열지 않는단다. 그곳에서 정상들이 앉았던 자리를 앉아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해안가로 이어진 산책로로 들어선다.

최치원 글씨인지 모르는 해운대라는 석각을 보고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갯바위와 어우러진 풍광이 너무나 좋다.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동해안 풍경은 남해안과 또 다른 느낌이다. 해안가에 황옥공주도 있다. 인어공주와 같은 모양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기념물이라는 생각에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

해안 산책로는 해운대해수욕장과 연결된다. 해운대해변은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해운대의 진정한 멋은 크기? 이곳보다 큰 해변은 우리나라에도 여러 곳 있다. 그러나 빌딩들과 어울린 해변은 이곳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이국적인 풍경. 휴양지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해운대다. 도시적이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도시 빌딩과 어우러진 해운대 풍경
도시 빌딩과 어우러진 해운대 풍경전용호

 해운대모래축제장에 조성된 모래조각. 인어공주가 슬프다.
해운대모래축제장에 조성된 모래조각. 인어공주가 슬프다.전용호

해안가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애들은 물에 들어가더니 너무 차갑다고 다시 나온다. 곳곳에는 "수영금지"라는 깃발이 세워져 있고, 해상구조대는 수시로 순찰을 한다. 개장은 했다지만 수영은 금지하는 해수욕장. 안전을 위해서겠지. 애들은 물에 담그기만 해도 즐겁다. 모래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용궁 같은 해동용궁사에는 타이어 모양 탑도 있다

해운대를 나와 기장으로 향한다. 기장에는 유명한 절집 해동용궁사가 있다. 가는 길에 물회를 하는 집이 보인다. 물회? 먹어봐야겠다. 식당에는 줄을 섰다. 번호표를 준다. 기다렸다가 먹는 집? 음식이 맛있다는 증거? 물회는 광어회를 잘게 썰어, 시원한 배와 오이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친 음식이다. 여기에 육수를 넣고 국수나 밥을 넣어 먹는다. 시원하다.

해동용궁사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서 있고, 교통기원탑이 있다. 교통기원탑은 타이어를 조각해 세워놓은 게 색다르다. 현대적인 감각과 중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앞서가는 절집이다.

 용궁사 입구에 있는 교통기원탑.
용궁사 입구에 있는 교통기원탑.전용호

 용궁 같은 절집 해동용궁사
용궁 같은 절집 해동용궁사전용호

용궁사는 말 그대로 용궁 같은 절집이다. 바닷물이 출렁이는 바위 사이로 다리를 놓고 건너편에 절집을 지었다. 대웅전이 바다를 보고 있고, 용왕을 모신 용궁전이 있다. 높은 곳에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해수관음상도 세웠다.

절집 주변 갯바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는다. 절 구경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넓은 바다를 보며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느껴본다. 해변을 걸어보고 싶지만 1박2일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부산, 도시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참 매력적인 곳이다.

덧붙이는 글 | 6월5일과 6일 부산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6월5일과 6일 부산 풍경입니다.
#해운대 #자갈치시장 #태종대 #해동용궁사 #누리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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