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월요일이면 여의도에 가야 한다

여의도에서 타오르는 '시대의 횃불', 천주교 월요시국기도회

등록 2011.07.04 09:33수정 2011.07.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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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월요 시국기도회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거행되는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여의도 거리미사)'의 지난 5월 9일 제23차  기도회의 한 장면이다.

월요 시국기도회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거행되는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여의도 거리미사)'의 지난 5월 9일 제23차 기도회의 한 장면이다. ⓒ 전재우

▲ 월요 시국기도회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거행되는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여의도 거리미사)'의 지난 5월 9일 제23차 기도회의 한 장면이다. ⓒ 전재우

2010년 11월 29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서울을 간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거행되는 천주교 '월요시국기도회(거리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다.  2월 설 명절 전에 단 한 번 빠졌을 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23일 현재 '월요 시국기도회'는 25차를 기록하고 있는데, 나는 스물네 번을 참례한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참례할 생각이다. 따라서 매주 월요일 오후의 '만사제폐'는 계속될 것이다. 월요일 오후에는 '반드시' 서울을 가기 위해 다른 모든 일들을 접는 것은 일찍부터 관성이 되었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모두 온전히 이해하고 부합해준다.

 

충남 태안에서 서울 여의도를 왕래하는 일은 사실 고생스럽다. 돈 쓰고 시간 쓰고 고생하는 것은 명백하다. 내가 왜 이렇게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의아스러워지는 때도 있지만, 이미 명확한 이유들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으므로, 그 의문은 단지 명확한 이유들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내 신상이나 가족에게 갑작스레 큰 변고가 생기지 않는 한 변함없이 지속될 매주 월요일 오후의 서울행이 언제 종결될지는 알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막을 내리면 월요 시국기도회도 종료될지 모르지만 속단할 수 없는 일이다.

 

4대강 파괴문제가 워낙 심대한 사항이고, 여의도 '거리미사'의 세 가지 지향(4대강 댐 헐어내서 모든 강에 생명을! 남북화해 되살려서 온 누리에 평화를! 민주정부 수립해서 만민에게 인권을!)은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계속 현재진행형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천주교 '월요시국기도회'는 더 오래 지속될 공산이 크다.

 

여의도의 횃불에 대한 전망

 

천주교 월요시국기도회의 세 가지 지향이 표징하고 함축하듯 이명박 정권은 임기 5년이 50년쯤 되는 줄로 착각했는지 너무도 큰 업보들을 만들었다. 그 업보들의 무게에 스스로 짓눌려 임기 말로 가면서 레임덕에 허덕이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하여 연명하리라는 것은 이미 자명하다. 이명박 임기 이후의 과제들이 벌써부터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여의도 '거리미사'가 얼마나 더 오래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계속되리라는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앞에서도 비쳤지만 월요시국기도회의 세 가지 지향은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주요 과제들이기에 실체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지향 중에서도 4대강 복원 문제는 특히 심대하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4대강의 원형을 파괴하고, 강의 특징과 속성들을 깡그리 훼손하고, 운하와 호수로 개조해버린 그 인공괴물을 그대로 안고 살 수는 없다. 서울 청계천의 유지 관리비만도 한해 1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4대강 인공괴물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은 과연 얼마일 것이며, 인공괴물이 만들어내는 온갖 부작용들에 대한 처리 비용은 또 얼마나 될지 상상을 불허한다.

 

자연은 신비한 복원력을 지니고 있다. 강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수많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 수만 가지 유기적 관계망 속에서 복원력은 끊임없이 유지되고 발휘된다. 그리고 그 복원력이 때로는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인간들이라면 자연의 복원력이 재앙을 가져오는 현상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인간 스스로 자연을 원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4대강 원형 회복은 이명박 정권 이후의 최대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천주교 월요시국기도회 '여의도의 횃불'도 계속 타오를 수밖에 없다.

    

4대강 파괴사업의 표징과 속성

 

4대강 파괴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속성과 실체를 잘 표징해 준다. 4대강 사업은 개발제일주의의 표상이다. 7, 80년대를 석권했던 개발지상주의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4대강 사업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역으로 MB가 7, 80년대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매몰되어 있음을 예시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MB가 국회의원 시절이었다던가, 지리산을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같이 간 일행 모두 지리산의 풍광에 취해 감탄을 하면서, 한 사람이 MB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때 MB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아직 개발이 안 되었군요."

 

어디에선가 그 얘기를 접했을 때 나는 왠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맛보았다. 확실한 공포감이었고, 그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리라는 예감이기도 했다.

 

MB에게는 지리산도 그 무엇도, 어쩌면 대자연 모두가 '개발'의 대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왕왕 들었다. 지리산의 풍광도, 민족의 영산이 안겨주는 웅혼한 정기(精氣)도 그에게는 무의미한 것일지 몰랐다.

 

그에게는 대자연의 순결한 숨결과 아름다움보다는 마구 허물고 난도질을 해서 인위적으로 꾸미는 그 가공의 자연이 더 가치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 세월 토건업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관성 속에서만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데다가, 알게 모르게 불도저 같은 성격도 형성되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MB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박정희라고 했다. 존경하는 만큼 그를 닮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그를 모델로 삼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을 것이다. 박정희가 집권했던 6, 70년대와 21세기의 간극, 그리고 영구집권이기도 한 18년 통치와 5년 임기의 차이 등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알게 모르게 모방욕구가 작용했던 것도 같다. 표리부동, 공약파기, 민간인사찰, 언론장악 등 박정희 시대의 유물들을 활용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은 단적인 증좌일 것이다.

 

언젠가 MB는 4대강 사업을 설명하면서 1960년대의 경부고속도로를 예로 든 적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오늘날에는 모두 덕을 보며 박 대통령에게 감사하지 않느냐는 논지였다. MB가 믿는 것은 그 사실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4대강공사도 완공이 되면 모두가 수긍을 하게 될 것이라는 '4차원 언어'를 토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의 그런 식의 4차원 언어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속설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일 터이고….

 

시대의 횃불을 드는 이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

 

월요시국기도회,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매번 2, 30명씩 참여하시는 신부님들, 한 수도회에서 단체로 오시는 수녀님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오시는 형제자매들께 한없는 감사를 느끼곤 한다. 만약 여의도 거리미사가 없다면 내가 어디에 가서 비통하고 절망적인 마음을 위로받을 것인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천막교회에서 매일 오후 3시에 봉헌되는 생명평화미사도 있고,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소속 사제들과 직원들이 매주 수요일 낮 12시 명동 가톨릭회관 소성당에서 봉헌하는 생명평화미사도 있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가 순차적으로 여는 권역별 생명평화미사도 있지만, 나로서는 매주 월요일 저녁의 여의도 거리미사가 가장 수월하게(?) 참례할 수 있는 전례이다.       

 

만약 우리 한국교회에서 4대강 공사 또는 시국과 관련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없다면, 우리 교회는 얼마나 공허하고 적막할 것인가? 그렇게 무감각하고 초연한 자세로 과연 교회가 존재할 수 있는가? 수많은 국민들을 고뇌케 하고 비통하게 만들며 절망에 빠지게도 하는 현실문제에 무관심하고 초연한 교회가 과연 하느님의 교회일 수 있는가?

 

이런 여러 가지 물음표들을 세우다 보면 우리 교회의 일부 어른들은 그 물음표들을 어찌 대하시는지 궁금하다. 아예 스스로 그 물음표들을 세워보지도 않고, 용납하지도 않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종막을 고한 이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 가운데는 교회와 관련하는 부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교회에 대한 염려와 함께 앞날을 멀리 내다보는 혜안은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더욱 튼실하게 해줄 것이다. 교회 어른들은 그 점을 깊이 명심하셔서 정의롭고 지혜롭게 처신하시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이상적 교회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7.04 09:33ⓒ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이상적 교회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월요 시국기도회 #여의도 '거리미사'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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