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 커피 신촌점신촌역에서 연대가는 길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한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쓰고 있다.
강혜란
서울 지하철 신촌역 3번 출구를 나와 연세대학교로 향했다. 투썸플레이스를 시작해 스타벅스, 엔젤리너스 등 수많은 커피전문점들이 길거리 가로수만큼이나 정렬되어 있다. 세어봤다.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까지 5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있는 15개의 카페 중 10개가 대형 커피전문점이다. 개중에는 '동네다방'의 규모가 아닌 기업체처럼 웅장한 모습을 지닌, 3층 이상의 것들도 있다.
나는 이른바 '카페브러리족'이다. 갑갑한 도서관 열람실을 떠나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처음엔 거슬렸던, 매장 안에서 울려퍼지는 이름 모를 팝송에도 익숙해졌다. 옆자리의 왁자지껄한 수다에도 개의치 않는다. 딱 한 가지, 커피만 빼고.
언제부턴가 커피전문점들이 하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이 '별다방', '콩다방'이란 애칭을 가지고 번화가를 중심으로 동네 구석구석에까지 생겨났다. 요즘은 그 번식력(?) 때문에 '바퀴베네'란 별명까지 생긴 카페베네가 무서운 속도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입맛이 씁쓸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주 찾던 카페들이 어느덧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남자친구와 함께하던 추억도, 커피 아닌 주스를 마시던 추억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이 장악한 거리...싫어도 마셔야 한다?내가 자주 가던 '토미(tommy)'라는 카페에선 오렌지/포도주스와 함께 살구주스를 팔았다. 커피를 마시지 않던 나는 살구주스를 즐겨마셨다. 때론 미숫가루쉐이크를 마시기도 했다.
딱 한 번 커피를 시켜 마셔본 적이 있었다. 주사위 만한 잔에 새 모이만큼 나오는 에스프레소가 신기해보였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맛본 첫 커피의 추억은 처참했다. 도대체 한약보다도 더 입에 쓴 이것을 왜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후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동네카페들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