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냇물이 흐르는 쪽

[내성천 살리기-우리가 강이 되어 주자⑥] 시인 황규관

등록 2011.09.03 09:20수정 2011.09.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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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 경북 봉화와 예천을 거쳐 흐르는 총 길이 100km가 넘는 강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천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래강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의 중상류가 수몰돼 사라집니다. 또 하류로 운반되는 물과 모래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그동안 낙동강의 정화를 담당했던 필터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뜻합니다.
거대한 삽질에 의해 베이는 버드나무 군락, 파헤쳐지는 흰 모래 사장, 멸종 위기의 수달, 사라져가는 흰수마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주댐의 건설로 운포구곡을 비롯한 비경과 문화재, 농경지도 수몰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6~7일 사이 약 20명의 작가들은 낙동강의 젖줄 내성천으로 향했고, 삽질에 의해 찢기고 파괴된 강바닥을 다시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는 내성천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지금 내성천으로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여러분 스스로 강이 되어, 모래의 강 내성천을 마침내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 내성천 살리기 참여 작가 일동 <편집자말>
a  내성천의 버드나무 군락

내성천의 버드나무 군락 ⓒ 이상엽

내성천의 버드나무 군락 ⓒ 이상엽

 

냇물이 흐르는 쪽

황규관

 

 

물빛을 새긴 채 마음만 출렁이다

혼자 모래의 시간을 생각하네

 

당신이 짓는 미소 따라

상류 쪽을 돌아본 순간

물잠자리 날갯짓에

갈대 잎사귀가 흔들리는 건

아직 가지 못한 길이 나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

 

눈빛이 심장의 고동을 견디지 못할 때 

구름이 바람의 힘을 긍정하게 될 때

사랑은, 오래된 기억을 다시 쓴다네

 

드디어 당신의 발목도 물결이 된다네

 

이루어야 할 것은 적멸이 아니라

물방개의 꿈을 옮겨 적는

냇물의 아픈 뼈마디라는 듯

 

휘어지고 또 휘어지는

그러나 범람하고 한 번 더 범람하는

냇물에게, 몸을 내주어야 한다는 듯

 

사랑은, 꼭 이렇게

속에 울음을 채우며

내일 쪽으로 흐르네

어제 쪽으로 흐르네

 

a  2011년 8월, 내성천

2011년 8월, 내성천 ⓒ 이상엽

2011년 8월, 내성천 ⓒ 이상엽
덧붙이는 글 * 황규관 : 196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표 시집으로 <철산동 우체국>, <패배는 나의 힘> 등이 있다.

* 내성천 한 평 사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공식 홈페이지 : http://www.ntrust.or.kr/nsc 
내성천 지킴이들 카페 <우리가 강이 되어주자> : http://cafe.daum.net/naeseongcheon 
내성천 답사를 원하는 단체는 위 카페를 참조해주세요.
#4대강사업 #내성천 #영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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